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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청년 의견 왜 골라 듣나’…간담회 돌연 전면 비공개한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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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청년 노동자’ 222명 의견 전달하겠다는데

전날 갑작스레 “일정 전체 비공개” 밝힌 노동부


한겨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15∼39세 청년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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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최대 69시간(주 7일 기준 80.5시간) 노동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취약 청년 노동자’의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청년 노동 단체 간담회 일정을 돌연 전체 비공개로 전환해 ‘불통’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시간 개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겠다던 노동부의 약속이 요식행위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서울청)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청년유니온’의 간담회가 열렸으나, 비공개로 진행됐다. 간담회 예정 시각인 10시께 서울청 앞에는 경찰 인력이 배치되었으며 이 장관은 취재진 접촉 없이 간담회 장소로 이동했다. 애초 이 간담회는 이 장관의 인사말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간담회 전날인 23일 저녁 노동부가 돌연 전체 비공개로 전환했다. 노동부는 당초 배포할 계획이던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다. MZ세대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의 최근 간담회 당시 모두발언을 공개하고, 보도자료를 낸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청년유니온은 이날 오전 간담회 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의 일방적 결정에 유감의 뜻을 전했다. 청년유니온은 “당초 장관 발언, 위원장 발언, 청년 의견서 전달 등의 과정을 전체 공개로 하기로 협의했는데 전날 노동부가 갑작스럽게 전면 비공개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강지윤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무노조 소규모 사업장, 프리랜서, 구직자 등 222명의 의견을 간담회에서 노동부 장관에게 전달하고자 했으나, 갑작스런 비공개 통보에 이어 간담회 직전인 오늘 오전에는 장소를 여러 번 번복했다”며 “어떤 내용이 전달되는지, 어떻게 의견이 수렴됐는지, 그 내용이 어떻게 개편방향에 반영되는지 아무도 알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이 서울노동청 입구를 둘러싸고 출입을 통제했다. 출입 직전 “의견서를 전달하는 부분까지만 공개하자”는 청년유니온 요구에 노동부는 다시 거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노동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경찰 인력이 왜 배치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전체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어차피 다른 간담회와 인사말씀이 똑같으니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근로시간 개편 방안 재검토를 지시한 뒤 이 장관은 청년 자문단, 우수 사업장 간담회 등을 열어 의견 청취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노동부가 자체적으로 꾸린 2030청년자문단과 만났으며, 20일에는 유연근무·휴가 우수 사업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통령실이 근로시간 개편 방안 재검토의 방향을 ‘노동약자’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등 청년 노동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와의 만남은 이날 간담회가 사실상 처음이다.

한겨레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유준환 의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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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동부의 행보는 ‘주 69시간’ ‘주 60시간’ 등 정부의 연장근로 확대 방향에 대해 프리랜서, 비정규직, 무노조 사업장 등에서 터져나오는 부정적 의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유니온은 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청년이 제시한 222개의 의견 중에는 “공정과 상식 말고 기본부터 지켜달라” “2년간 연장근무하다가 병나서 퇴사” 등 대체로 비판적인 의견이 담겼다.

청년유니온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40시간 우선 안착 △근로자대표제 구축 △포괄임금제 지침 발표·운영 △초단시간·프리랜서 노동 등 사각지대 해소 개선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안 나오기 전에 왜 다양한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그 부분을 인정하고 질책받겠다고 했다”며 “비공개 전환에 대해서는 일정상의 소통 미스라고 설명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장시간에 가장 취약한 노동자를 우선으로 만나야 하는데, 재검토의 로드맵 없이 부랴부랴 만나다 보니 어디는 공식, 어디는 비공식이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의견을 듣겠다는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간담회를 한다고 해도 절차적인 면죄부를 만드는 과정으로 밖에 볼 수가 없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화된 채널을 만드는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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