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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51조 증발 '코인쇼크' 공공의 적···3개국, 신병확보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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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대표 체포]

11개월만에 몬테네그로서 붙잡혀

위조여권으로 두바이 가려다 적발

법무부·檢, 범죄인 인도 청구 착수

權 불복소송하면 송환 절차 장기화

美 뉴욕검찰도 8개 혐의로 기소

제3국 송환요구땐 국내재판 미지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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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을 패닉으로 몰고 간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주 11개월 만에 유럽 발칸반도에서 체포됐다. 그동안 수배와 여권 무효화 등에도 불구하고 수사망을 피해 여러 국가를 옮겨 다니다 결국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다. 검찰은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에 나서며 신병 확보 절차를 본격화했다. 다만 권 대표가 현지에서 불복 소송을 제기하거나 그의 신병이 미국 등 다른 국가로 인도될 경우 국내 송환에 시일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4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법무부와 함께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전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 여권으로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려다 현지 당국에 적발됐다. 권 대표와 측근인 한창준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문서위조 혐의로 체포돼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으로 연행됐다. 권 대표와 한 대표는 당시 대한민국 여권이 아닌 코스타리카·벨기에 등 위조 여권을 소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가 체포되면서 검찰은 지난해 9월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지 6개월 만에 그의 국내 송환 절차를 밟게 됐다. 몬테네그로가 ‘유럽평의회범죄인인도협약’ 가입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은 긴급 인도 구속 청구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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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범죄인 인도 청구는 국가 간에 복잡한 협의 절차가 필요한 만큼 권 대표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며 시간을 끌 경우 검찰의 신병 확보 절차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몬테네그로 등 여러 국가에서 권 대표를 기소한 점도 걸림돌이다. AFP통신은 몬테네그로 경찰이 24일(현지 시간) 권 대표와 한 대표를 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몬테네그로가 직접 권 대표에 대한 사법 처리에 나서면서 그의 국내 송환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 역시 권 대표를 증권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미 지난달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를 사기 혐의로 연방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SEC는 권 대표가 무기명증권을 제공 및 판매해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에 손해를 입히는 등 최소 40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단 뉴욕 검찰은 권 대표를 뉴욕으로 송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경찰 역시 80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 사기 혐의로 피소된 권 대표에 대해 지난달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각 국가에서 앞다퉈 권 대표를 법정에 세우려 시도하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국내 송환 절차도 매우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 대표가 한국으로 오면 검찰의 테라·루나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검찰은 이날 권 대표의 동업자인 신현성 전 테라폼랩스 공동대표의 회사인 차이코퍼레이션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권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기 전 관련자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권 대표의 부재로 규명할 수 없었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속도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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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약 한 달 뒤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의 가격 유지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루나 사태’가 발생했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권 대표는 두바이를 경유해 유럽으로 이동하는 등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권 대표의 소재가 불분명해지자 인터폴은 지난해 9월 권 대표를 적색 수배 대상에 올렸고 권 대표의 여권은 11월부터 무효화됐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김지희 기자 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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