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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톈진 향한 이재용…美압박 속 글로벌 총수들 中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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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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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7일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톈진(天津)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전날 오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전용기를 통해 입국했다.

복수의 중국 내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장은 24일 오전 톈진으로 향했으며 오후 늦게 베이징으로 돌아온다. 톈진에는 삼성SDI가 원통형 배터리와 스마트폰 파우치형 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1·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8억 달러(1조300억 원)를 투자해 10만㎡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세웠고 2021년 3000억 원가량이 추가 투입돼 공장을 증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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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참석차 중국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오전 톈진을 방문했다. 사진은 톈진 삼성SDI 공장.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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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톈진을 방문한 건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중국 내 배터리 사업 투자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해 자국 기업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주던 보조금을 더는 몰아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SDI가 향후 늘어날 수 있는 수주 기회를 잡기 위해 시안(西安)과 톈진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테슬라는 최근 상하이 공장의 전기차 생산량을 약 8만대로 늘린 상태다. 배터리 부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삼성SDI의 매출액은 2021년 11조5817억원에서 지난해 17조4582억원으로 50.7% 증가했다. 톈진에서 TV와 휴대폰을 생산하던 삼성전자 1·2공장은 베트남으로 철수한 상태다.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공장도 주목된다. 2020년 완공된 자동차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이 운영 중인 가운데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MLCC 개수는 대당 1만8000~2만개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3배 수준이다. 삼성전기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1.1%에서 지난해 33.7%로 줄었다.



‘中발전포럼’에 모인 글로벌 기업 총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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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7일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세계 4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관하는 중국고위급발전포럼 개막된다. 사진 신화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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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국제 행사인 중국발전고위급포럼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경제 회복: 기회와 협력'을 주제로 열린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가 주최하는 이번 포럼에는 리창(李強·64) 총리와 허리펑(何立峯·68) 부총리를 비롯해 재정부장, 상무부장, 외교부장 등이 총출동해 서방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날 예정이다. 외국 기업인 중에는 이재용 회장과 팀 쿡 애플 CEO 등이 초청을 받았고, 지멘스·퀄컴·코닝·BMW·벤츠·화이자·아람코·네슬레·존슨앤드존슨·HSBC·지멘스·히타치 등 40여 개 기업의 최고 책임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토머스 프리드먼 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등도 포럼에 합류한다.

포럼은 25일 오전 8시 30분(현지시간) '2023 글로벌 이코노미' 세션과 함께 시작된다. 26일 오전 9시 메인 행사에선 허리펑 부총리의 기조 발언에 이어 오전 11시 류쿤(劉昆·69) 재정부장, 오후 2시 반 왕원타오(王文濤·59) 상무부장 주재 세션이 진행된다.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인 딩쉐샹(丁薛祥·61) 상무 부총리도 참석할 전망이다. 마지막 날인 27일엔 친강 외교부장 주재 오찬에 이어 오후 4시 리창 총리와 글로벌 기업 CEO들 간 미팅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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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24일 열린 중국고위급발전포럼. 사진 중국 차이푸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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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것은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어떤 화두를 꺼낼까 하는 대목이다. 포럼 주최 측은 “글로벌 도전에 대응해 세계 경제 회복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모든 국가에 이익이 될 것”이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자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할 가능성이 예상된다. 중국 입장에서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는 필수적이다.



中 반도체 협력 요청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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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중국발전고위급포럼 사전 행사로 학술회의가 열렸다. 사진 중국발전포럼2023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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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이 삼성전자·애플·퀄컴 등 반도체 생산 기업이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를 초청 대상에 포함시킨 만큼 반도체 협력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등 각국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 확장에 제한을 가하는 반도체법 '가드레일' 세부 규정을 지난 21일 발표한 상태여서 중국과 해당 기업들이 접점을 찾긴 쉽지 않다.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은 기술 업그레이드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 중국 투자의 이점이 중국에 대한 정치적 비판과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상당부분 상쇄된 상태”라며 “이번 포럼에 참여한 기업들이 미 의회의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있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은 “중국의 이번 포럼은 미국이 압박해도 세계적 기업들이 중국에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내수 시장 확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행보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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