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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라진 1등 복권' 알 방법 없다고 해명해놓고…처음부터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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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열고도 당당한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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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탐사보도부가 '사라진 5억 원 1등 복권'을 찾아 나선 지 넉 달이 지났습니다. 복권이라는 게 그 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야 하는 만큼 그 구조가 복잡하고, 또 베일에 가려져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정말 간단치 않더군요. 되도록 감추고 싶어 하는 취재 대상, 생각보다 좁은 복권 바닥 덕분에 생각보다 취재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1월 보도에 이어, 1천 원짜리 즉석복권의 오류와 엉터리 뒷수습 문제를 한층 더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재작년 9월 1천 원짜리 즉석복권에서 육안상 당첨과 시스템상 당첨이 일치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오류 발견 시점에는 전체 4천만 장 가운데, 1천500만 장이 이미 팔렸고, 2천500만 장이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복권 발행기관인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와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은 사흘 만에 오류로 추정되는 복권 20만 장을 조용히 회수했습니다.

그리고는 나머지 2천500만 장, 250억 원어치가 다 팔릴 때까지 오류도, 회수 사실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1등 복권 8장이 인쇄된 채 시장에 풀렸는데, 5억 원짜리 1등 복권 1장이 끝내 나타나지 않은 겁니다. 회수한 20만 장 안에 그게 들어 있었던 건 아닐까, 동행복권과 복권위는 그걸 알고 팔았을까, 모르고 팔았을까 궁금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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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복권 한 장이 나오지 않으면서 막판까지 전국에 복권 투어를 다녔다는 소비자도 있었습니다. 가령, 전체 100장 중에 1~2장밖에 안 남았는데, 그 안에 1등 복권이 있다고 생각되면 전국 어디라도 가겠죠. 그 때문인지 문제의 스피또1000 58회 차는 99%가 넘는 판매율을 보였습니다. 그 20만 장 안에 1등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은 동행복권이나 복권위 모두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거기에는 쟁점이 없습니다. 들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 통상 팔리지 않고 반품됐던 40만 장보다 적어서 그냥 팔았다는 복권위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복권위나 동행복권이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한 걸음 더



그런데 만약 그 20만 장 안에 1등이 들어 있었다는 걸 복권위나 동행복권이 알고 있었다면?

그때는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모르고 팔았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비난을 받게 될 뿐 아니라, (대국민) '사기'라는 법적 문제와도 맞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동행복권이나 복권위나 그 부분은 알지 못할 뿐더러 알고 싶어도 알 방법이 없다고 누차 강조해왔습니다.

두 걸음 더



그런데 동행복권 직원들이 오류 수습 과정에서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보면 이들이 정말 몰랐을까 싶은 대목이 등장합니다. "18만 90매 등위 불일치", "기존 0등이었는데, 1등 2매, 2등 2매, 3등 2천719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어떻게 읽히시나요?

메시지와 함께 첨부한 표에는 기존 0등, 즉 꽝이 1등으로 바뀐 게 2장, 2등으로 바뀐 게 2장, 반대로 기존 1등이 꽝으로 바뀐 게 2장, 기존 2등이 꽝으로 바뀐 게 2장인 것처럼 표기돼 있습니다. 당첨 등수가 바뀐 게 있는지까지 확인했고, 그 안에 1등이 2장이나 들어 있었던 걸로 보이는데, 당시 회수한 20만 장에 대한 분석 값이냐고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세 걸음 더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중간 점프 좀 하겠습니다. <뜻밖의 대답>을 비롯한 중간 과정은 3월 23일 8뉴스 보도를 보시면 충분히 이해가 되실 거라 생각됩니다.

그렇게 알고 싶어도 알 방법이 없다고 누차 강조해왔던 1, 2등 여부를, 너무나 쉽게 알아보고 분석까지 했던 그들이지만, 그 18만 90장은 회수한 20만 장과 다르고, 20만 장 안에 들었는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알아봤지만, 다음에는 안 알아봤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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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일일이 당첨 데이터를 열어 보고, 복권 4만 5천 장을 긁어가며 실증까지 끝낸 뒤에 오류 복권 20만 장을 회수한다며 '유통 데이터'까지 열어봅니다. 과거 즉석복권 업계에 종사했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20만 장을 찾아서 회수할 수 있으면, 1등 복권은 왜 못 찾겠는가."

그래서 그런 데이터들은 함부로 열어봐서도 안 되고, 열어 볼 수 없게 돼 있고, 열어 보게 허락해줘도 안 되는 건데, 그런 시스템이 다 무너져 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성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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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석 기자(zes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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