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전부 19, 20살"…서해용사 앞에 터진 '대통령의 눈물'

댓글 4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종합)

머니투데이

[대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수호 55용사를 한명씩 호명하기 전 울먹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2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55명 용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기 전에 눈물이 솟구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최고의 예우로 기리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4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용사들의 헌신을 기렸다. 이날 행사는 정부 측 인사들과 참전 장병, 유족, 군 관계자, 시민 등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로 열렸다.

대통령실은 "55명의 유가족 대표와 참전 장병들의 좌석을 주요 인사석으로 배치하고 윤 대통령의 헌화·분향 시에도 배석했다"며 "또한 대규모 군 의장대 분열(육·해·공·해병대 130명)을 통해 조국을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예우를 표하면서 국가가 영웅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영원히 기억하겠다" 55명 이름 한명 한명 호명

특히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천안함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에서 산화한 55명 용사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롤콜'(roll-call)을 했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 자유를 지켜낸 용사들의 위훈을 기리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용사들의 이름을 부르기에 앞서 울먹이며 약 24초 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것은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다짐"이라며 "우리가 꿈을 향해 달리고 가족과 함께 웃는 행복한 하루를 보내도록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 자신들의 꿈이었던 영원한 바다 사나이 쉰 다섯분 그 영웅의 이름을 불러보겠다"고 하면서 55명의 이름을 한명 한명 호명했다.

머니투데이

[대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2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곳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서해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54명의 용사와 (천안함 구조과정에서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가 잠들어 계신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서해수호 용사들께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서해와 서북도서는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NLL(북방한계선)과 우리의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고 밝혔다.

이어 "이곳에 잠든 서해수호 영웅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이자 자상한 아버지였고, 효심 깊은 아들이자 다정한 친구였다"며 "그렇지만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땐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온 몸을 던진 용감한 군인이었다. 우리 국민들이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마음 놓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예우하지 않는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국가의 미래도 없다"며 "우리 국민과 함께 국가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북한에 경고도 보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도발에 맞서 한국형 3축 체계(선제타격,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미,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대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2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묘소서 유족들 만나 '위로'

이날 기념식 무대 우측에는 모형 함정에 서해수호 전적 전시물이 전시됐다. 윤 대통령은 윤청자 여사(고 민평기 상사 모친)가 기증한 3·26기관총, 참수리 357호정과 천안함에 게양됐던 항해기와 부대기 및 함정 명패,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의 방사포탄 파편을 맞은 중화기 중대 명판 등을 살펴봤다.

기념식에 앞서 윤 대통령 부부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제2연평해전·연평도 포격전 묘역과 천안함 묘역, 천안함 피격 후 구조과정에서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 묘소를 찾아 유가족, 참전 장병들과 함께 참배하고 깊은 위로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고 조천형 상사의 모친인 임헌순씨(제2연평해전),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씨(연평도 포격전),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인 윤청자씨(천안함 피격), 고 정종률 상사의 아들인 정주한군(천안함 피격), 고 한주호 준위의 배우자인 김말순씨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등이 같이 했다.

윤 대통령은 고 박정훈 병장 묘소 등 장병들의 묘역을 살펴보며 "전부 19살, 20살…" "88년생이면 (순직 당시) 스물한 살…" "여기도 스물한 살"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는 묘소를 이동하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 여사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에게 "얼마나 힘들었겠느냐"며 토닥였고 시신을 찾지 못한 산화자의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했다는 사연을 듣고서는 "아이들을 보내고 부모님들이 어떻게 잠을 제대로 주무셨겠어요"라고 유족들과 아픔을 나눴다.

머니투데이

[대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3.2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尹대통령 '국격,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렸다' 소신

윤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한 이후 줄곧 국가의 품격과 안보 역량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예우에서 나온다는 인식을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2021년 11월 후보 시절부터 천안함 피격 희생 장병 유가족 대표를 만나 "국격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 희생된 우리 장병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인 지난해 6월에는 호국영웅들과 유가족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나라를 지킨 영웅을 제대로 예우하고 유가족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따뜻하게 모시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했다.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한 것도 이같은 국정철학 때문이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기식 병무청장,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라 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