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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보다 비싼 전세 속출...‘무자본 갭투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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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금성 낮아 거래회전율 1.8%↓

전셋값 급락땐 보증금 반환 다툼

부동산 하락기에 집값이 크게 떨어진 매물 등에 대한 갭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심지어 집값보다 전세 가격이 더 높은 ‘마이너스 갭’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소액으로 매수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높은 주택을 노린 무자본 투자다. 전문가들은 환금성이 낮은 물건에 대한 섣부른 갭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4일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포항시 장성동 ‘장성청구하이츠’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2월 1일 9000만원(13층)에 매매 거래됐는데, 같은 달 23일 1억3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전셋값이 집값보다 4000만원이나 비싼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 파주시 목동동 ‘운정 화성파크드림시그니처’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월 5억원(6층)에 매매 거래됐는데, 한 달 뒤 기존 세입자와 보증금을 낮추지 않고 5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갱신해 결과적으로 전셋값이 매맷값을 웃돌았다. 이 같은 마이너스 갭 거래는 갭투자 상위 지역·지방, 매매 가격이 1억원대로 낮은 주택,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원도 원주시 관설동 ‘청솔8차’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1일 1억원에 팔렸고, 같은 달 11일 1억1500만원에 신규 세입자를 받았다. 포항시 상도동 ‘대흥원앙맨션’도 지난해 12월 전용 65㎡ 6500만원(3층) 매매, 이달 2일 전세 6825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월세를 낀 ‘반전세’ 형태의 마이너스 갭투자 사례도 나왔다. 창원시 중앙동2가 ‘현대가동’ 전용 84㎡는 작년 12월 1억2500만원(8층)에 거래됐는데, 2월 9일에는 보증금 1억4000만원, 월세 5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문제는 이런 투자가 늘면 향후 전셋값이 더 떨어졌을 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어져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곤란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 수준을 보여주는 거래회전율도 낮아진 가운데, 마이너스 갭 투자로 거래된 대부분 주택은 환금성이 좋지 않은 유형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 거래회전율은 0.28%로 전년 동월(0.46%) 대비 크게 하락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마이너스 갭투자를 한 이들은 앞으로 부동산 시장 가격이 더 오른다는 전제 하에 돈을 안 들이고 이 같은 물건을 산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방과 오피스텔·나홀로아파트·생활형 숙박시설 등에 대한 투자 사례가 많은데, 환가성이 떨어져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잘 팔리지 않아 가격이 낮은 집에 투자했다가 전셋값이 떨어지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등 골치 아픈 일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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