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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 '더 글로리' 김건우 "앞으로 몇 년간 손명오라고 불리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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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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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건우에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슬럼프에 만난 터닝 포인트다. 항상 연기를 사랑했지만 기회를 잡기 어려웠고, 손에서 꿈을 놓으려던 찰나 손명오가 기적같이 찾아왔다. 수면 아래에서 쌓아온 내공을 터트린 그에게 드디어 영광의 순간이 왔다.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성공이 보장된 작품이었다. 단지 김은숙 작가의 명성 때문이 아니라, 대본의 힘이 강렬했다. 유년 시절 당한 학교 폭력(학폭)으로 인해 인생이 부서진 여자, 문동은(송혜교)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가해자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는 이야기라는 구성이 신기할 정도로 짜임새 있고, 하루빨리 결과물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글을 봤을 때 정말 재밌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엄청난 화제가 될지는 몰랐죠. 이렇게 큰 사랑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 보니 해외에서 ‘더 글로리’를 사랑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손명오라는 캐릭터는 작품만큼 강렬했다. 손명오는 학폭 가해자 무리와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하지만, 집안 환경에 따라 서열이 나뉘고 그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자신의 잘못에 무딘 손명오는 끝까지 하류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손명오와 김건우의 높은 싱크로율을 예상한 건 김 작가의 안목이었다.

“캐스팅에 대해 들은 건 없는데, 제가 생각하기로는 유명하지 않아서 된 게 아닌가 싶어요. 김 작가님이 신선한 작품을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다는 걸 감독님께 들었거든요. 코멘터리를 보고 김 작가님이 저를 선택했다는 걸 알았는데 기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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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오의 서사를 만든 건 김 작가이지만, 디테일을 완성한 건 김건우다. 김건우가 본 손명오는 생활밀착형 양아치. 일상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양아치를 만들기 위해 걸음걸이부터 앉아있는 자세, 소주 마시는 법, 사탕 깨무는 설정 등 사소한 부분을 쌓아갔다. 서열 5위지만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를 표현하려 으스대고 자신 있게 행동하는 것도 신경 썼다.

“텍스트를 갖고 본인의 연기를 준비하지만 마지막 퍼즐은 의상과 헤어, 분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요소가 없으면 다이내믹하고 입체적으로 보일 수 없죠. 그래서 메이크업도 진하게 했어요. 물감 같은 것도 뿌리고 잡티도 만들었고요. 타투 분장은 촬영할 때마다 1시간 반씩 했어요. 올백 스타일은 쉽지 않더라고요. 실제로 이마가 넓어졌어요. 6개월 동안 세게 묶었더니 1센티가량 넓어진 거 같아요.”(웃음)

그렇게 완성된 손명오는 김건우의 또 다른 이름이 됐다. 손명오의 긴 머리도 어느새 김건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작품을 준비할 때 머리가 되게 길었어요. 극 중에서도 머리가 길게 나오지만 실제로는 가슴 넘게 길었어요. 그런데 머리를 풀고 다니니까 그땐 사람들이 절 피해 다니더라고요. 질 안 좋은 느낌이었나 봐요. 요즘은 전혀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오셔서 사인을 받거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세요.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편리해서 유지하고 있어요. 둘째로는 어울리기도 하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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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다. 오디션 최종 단계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공백기가 길어졌고,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까지 하게 됐다. 그 가운데 ‘더 글로리’에 합류하게 되면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공백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항상 제가 배우로서 분명히 쓰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난 할 수 있는 연기가 많은데’ ‘열정이 많은데’ 그런 믿음이 있어요. 연기라는 것 자체를 정말 좋아해요.”

배우로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모든 피드백이 즐겁다. 손명오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빨리 극에서 퇴장했지만 아쉬움보다 만족이 크다. 파트2 분량도 예상보다 많이 늘어났고, 캐릭터의 역할에 맞게 제 할 일 잘 하고 빠졌다는 생각이었다.

“파트1이 끝나고 손명오가 죽은 거냐고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너무 집요하게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 어딘가에 있다’고 했죠.”

“저보고 실제 양아치가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친한 친구의 친구가 ‘김건우가 실제로도 (손명오처럼) 그러냐’고 진지하게 물어봤다고 들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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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김건우의 필모그래피는 악역이 많다. 데뷔작 ‘쌈, 마이웨이’에서는 고동만(박서준)을 괴롭히는 격투기 챔피언 김탁수로 깊은 인상을 남겨 한동안 본명보다 김탁수로 불렸다. 이후에도 ‘나쁜형사’ ‘청춘기록’ 등에서 악역을 도맡아 했다.

“특별히 변신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악역도 하나의 캐릭터고, 전 주어진 역할에 감사히 연기하는 입장이거든요. 다만 요즘 드는 욕심은 선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최근에 종영한 ‘일타스캔들’의 최치열 같은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경호 선배님이 정말 연기를 잘하시니까 저런 역할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아 보이더라고요. 전 인상도 좀 세고 그렇다 보니까 조금 더 반항적인 느낌으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난생처음 받아보는 스포트라이트에 쉽게 들뜨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작품을 하면서 이 정도의 반응을 얻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한편으로는 손명오라는 캐릭터를 깨야 하는 미션이 눈앞에 주어진 것이기도 하다. 다음 스텝은 뮤지컬 무대다.

“‘더 글로리’ 손명오는 넘어야 할 산이에요. 몇 년 간은 손명오라고 불리지 않을까요? 단순하게 넘어가도 되는데 전 그런 욕심이 있어요. 새롭게 사랑받고, 이해받고 싶은 욕심이요. 재밌게 넘어보려고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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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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