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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오타니? 사사키? 한국이 정작 주목해야 할 일본은 ‘178㎝ 파이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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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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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른 팀은 도미니카공화국이었다. 그 뒤를 일본이 이었는데 차이는 근소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눈부신 ‘스피드업’을 한 일본 야구의 준비는 결국 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로 이어졌다.

시속 100마일(161㎞) 이상의 공은 일본 대표팀에서 총 58구가 나왔다. 이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20개 팀 중 가장 많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평소에도 160㎞ 이상의 강속구를 던졌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의 지분이었다. 대단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 전체의 업적은 아니었다.

오타니와 사사키는 과거에는 동양인이라고 하면 믿지 않을 정도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오타니는 중학교 때는 또래들보다 훈련을 많이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너무 많은 훈련이 오히려 신체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사사키 역시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쳤고, 소속팀 지바 롯데도 신인 시절에는 경기 출전보다는 트레이닝과 컨디셔닝에 큰 신경을 썼다.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지는 건 이처럼 선천적인 체격도 필요하다. 투수력이 뛰어난 일본이라고 해서 모두가 100마일을 던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일본의 결승전 선발이기도 했던 이마나가 쇼타(30요코하마)에 더 주목해야 할 수도 있다. 작은 체구지만 강속구를 던졌고, 구속이 계속해서 오르는 흐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마나가의 프로필상 신장은 178㎝에 83㎏ 수준. ‘흔하다’는 상투적인 표현보다, 체격이 커진 한국 야구에서는 오히려 더 찾아보기 어려운 신체 조건에 가깝다. 요새 투수 중 180㎝가 안 되는 선수들이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나가는 신인 시절부터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졌고, 잠시의 부침을 이겨내고 더 강력한 구위를 장착한 투수로 성장했다.

이번 WBC에서도 이마나가의 투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트래킹 데이터가 가공할 만해서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이노 새리스는 23일(한국시간) 이번 WBC에 출전한 선수 중 경기당 28구 이상을 던진 선수를 기준으로 ‘스터프+’ 지표 순위를 발표했다. 복잡한 산출 과정으로 구위를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는 노력인데, 모든 선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선수가 바로 이마나가였다.

오히려 이탈리아전에서 실점을 했던 오타니는 9위, 최고 164㎞의 강속구를 펑펑 던진 사사키는 11위였다. 이마나가의 패스트볼과 전반적인 구위는 순위 및 결과와 별개로 뭔가가 뜯어볼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마나가의 결승전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3.5마일(약 150.5㎞)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좌완 중 수준급이었다. 여기에 포심의 분당 회전수(RPM)은 평균 2555회로 대단히 뛰어났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좌완이 평균 93.5마일에 2500회 수준의 RPM을 가진 경우는 많지 않다. 여기에 뛰어난 수직무브먼트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마나가의 투구는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국내 팀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다. 선수들이 저녁 시간에 일본 대표팀의 연습경기를 시청하다 이마나가의 투구에 반했다는 의견이 꽤 있었다. SSG의 베테랑 투수 노경은의 경우 영상을 직접 찾아 후배 좌완 투수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특히 팔스윙과 부드러운 중심이동은 배울 것이 많다는 게 선수들의 이야기였다.

오타니와 사사키는 일본에서도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괴물들이다. 그들을 바라보기 보다는 다른 선수들의 장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가 참고하기 더 좋은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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