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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인의 마을] 온통 / 여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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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실로폰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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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말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정황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눈송이와 한 사람의 구덩이와 한 사람의 세면대 그것들을 중복해서 나열하며 발음해보았다 곧 눈송이와 구덩이와 세면대는 눈송이와구덩이와세면대 눈송이 구덩이 세면대 눈 송 이 구 덩 이 세 면 대와 같이 그 의미를 알 수 없게 되어갔다 그것은 아이가 치고 있는 실로폰에 붙은 글자 스티커일 뿐이었다 아이는 눈 송 이 구 덩 이 세 면 대를 뚱땅거린다 곧 그것은 구면 세송이 눈덩이 대면으로 변한다 이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더이상 이 말을 알아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이 실로폰을 칠 때마다 무언가가 변한다는 사실만을 익힌다

여세실의 시집 <휴일에 하는 용서>(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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