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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비혼으로 어떻게 잘 나이 들어갈 것인가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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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저자 김희경

노년으로 접어드는 비혼 여성의 삶

자기 돌봄과 서로 돌봄이 관건

‘경제’ 이상으로 중요한 ‘관계’


한겨레

에이징 솔로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l 동아시아 l 1만6800원

한겨레

비혼 여성이 중년에서 노년으로 나이 들어갈 때 중요한 것은 ‘돌봄’이다. 동아시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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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는 중노년 1인 가구 이야기를 다룬다. 정확히는, 비혼으로 나이 들어가는 중노년들이 이 책의 주인공. 지금까지 노인 1인 가구는 노년기에 접어든 뒤 배우자와 사별한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혼자인 상태로 중년에서 노년으로 생애 전환을 겪게 될 대규모 집단이 등장했다. 이 책에는 40~64살 에이징 솔로 여성 19명이 인터뷰이로 등장하며, 65살 이상인 비혼 여성 3명의 삶도 언급된다. 1인 가구가 아닌, 친구 등 동거인이 있는 경우에도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경우 에이징 솔로에 포함했는데, 혼자이면서 ‘연결된’ 삶에 대한 언급이 책 후반부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여성가족부 차관으로 일했던 경력의 소유자이며 <이상한 정상가족>의 저자이기도 한 김희경의 <에이징 솔로>는 에이징 솔로의 삶에 ‘있는’ 것에 집중한다. 외로움과 친밀감, 돌봄, 가족과 우정, 생계와 주거, 노후, 죽음 등 나이 들어가는 이들의 ‘혼삶’을 구성하는 요소를 주제로 말이다. 비혼의 이유를 다루는 대목부터 흥미로운데, “결혼이 선택의 대상도, 분노의 대상도 아니었고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지금 40대인 1970년대생들이다. 2015년 이후에는 미투 운동,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등을 거치면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새로운 페미니즘이 등장하고, 비혼을 정치적 행동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등장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의 비혼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겨레

<에이징 솔로>는 돌봄을 주고받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기를 권한다. 동아시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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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는 ‘중년에서 노년으로’ 나이 들어가는 삶을 탐색한다는 특징 때문에 ‘돌봄’을 특히 중요하게 다룬다. 혼자 살다가 아프면 어떡하지? 유일하게 결혼하지 않은 자녀이기 때문에 부모 돌봄을 혼자 책임져야 하면 어쩌지? 비혼으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면 절박하게 고민하는 돌봄의 문제를, 이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탐색해간다. 비혼 주거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기 돌봄과 서로 돌봄이 가능한 마을의 공동주거를 실행에 옮긴 사람들도 있다. 경기도 여주의 ‘노루목 향기’라는 이름의 집에는 이제 일흔살이 된 여성 노인 3명이 함께 산다. 이들은 서로 돌봄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마을 돌봄으로 자연스럽게 돌봄의 반경을 넓혀 살고 있다. 이 책의 강조점은 이러한 돌봄에 있다. 돌봄을 공포스러운 상황으로 가정하는 대신, 돌봄을 주고받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기를 권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는 일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친구,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이웃, 그리고 내가 갑작스럽게 이동할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적정 규모의 집. 이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내용의 권리.” <에이징 솔로>에 나오는 비혼 여성이 바라는 주거권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주거형태라면 비단 비혼인에게만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책에서 만난 에이징 솔로 중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없고 비자발적 에이징 솔로가 없으며, 갱년기나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에이징 솔로에 대한 담론이 정신적, 육체적 공포를 부추기는 이야기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 더불어 ‘경제’ 이상으로 ‘관계’가 중요하다는 발견을 나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이다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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