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단독] 野 기피해서? '이상민 탄핵' 대리인단 수임료 2배 뛴 까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심판을 위한 국회 측 법률 대리인단 수임료가 직전에 비해 2배로 뛴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관계자는 23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 장관 탄핵 심판의 국회 측 법률대리인단 수임료가 단장은 3000만원, 일반 단원은 2000만원으로 책정됐다”고 말했다.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심판 당시 대리인단 수임료가 단장 3000만원, 단원 1000만원이었던 걸 고려하면 2년 사이 단원급 수임료가 2배가 된 것이다. 수임료는 국회 예산으로 지급한다.

중앙일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도읍 의원.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게 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탄핵심판 때 ‘검사’ 역할을 하는 소추위원을 맡게 된다. 공교롭게도 현재 법사위원장은 이상민 장관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에 소속된 김도읍 의원이다. 과거 탄핵심판 당시 법사위원장이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것과는 정반대여서 정치권에선 “아이러니”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런 까닭에 이번 대리인단은 지난달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36일만인 지난 15일 꾸려졌다. 이 장관 탄핵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김도읍 위원장이 임의로 선임한 대리인단은 인정을 못 하겠으니 우리에게도 변호사 추천권을 달라”고 요구해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기로 합의하고 실제 변호사를 구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의힘은 검찰 출신 김종민(단장)·최창호 변호사를, 민주당은 헌법재판소 재판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을 지낸 장주영 변호사를 각각 추천해 모두 4명의 대리인단이 구성됐다.

중앙일보

정성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지난 2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 의결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만 지체된 게 아니었다. 한 달 넘게 대리인단 구성이 늦어지는 과정에서 수임료가 확 뛰어올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 측 변호인은 일찌감치 선임됐는데, 민주당 쪽에서 변호사를 못 구하는 바람에 결국 값을 더 주고 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당시 수임료를 기준으로 삼으려 했다. 단장 3000만원, 단원 3명 각 1000만원씩 모두 6000만원의 비용 지출을 예상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추천 몫 변호사에게도 그 기준으로 돈을 주겠다고 고지한 상태였다. 그러나 민주당 측이 “우리 쪽 변호사들에게 단원급 수임료로 3000만원을 불러둔 상황이라 번복이 어렵다”며 수임료 예산 확대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단장과 단원 3명 모두 3000만원씩 모두 1억2000만원의 비용 지출이 필요하게 된다.

당초 비용 추산을 뛰어넘는 민주당 지도부의 요구에 김 위원장은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단원급 수임료를 1000만원에서 2000만으로 올리는 합의안이 도출됐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장관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국민이 반대하는 탄핵심판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진행하는 마당에 이렇게 재판 비용을 더 늘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이 장관 탄핵심판은 사실상 민주당 몫으로 추천한 변호인 2명이 거의 모든 변론 업무를 다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 추천 변호사들은 거의 이름만 걸치는 식으로 대단히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다 보니 1000만원이라는 낮은 수임료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 등 진보 진영에선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일보

임성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021년 10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파면 여부 판단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공판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변호사 구인난’을 겪은 걸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번 탄핵심판 때 국회 측 대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공짜로라도 맡겠다는 변호사가 줄을 섰었고,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소추는 그래도 민주당 정권 때였다”며 “이제는 정권도 바뀐 마당에 굳이 누가 맡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국회 법률 대리인단 수임료가 애초 시장가에 비해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당시 국회를 대리했던 한 변호사는 “탄핵심판은 준비할 게 너무 방대해서 대리인단끼리 수십차례 회의를 하고 밤도 많이 지샜다”며 “당시 받았던 1000만원은 교통비도 안 될 정도로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