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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野 “李 대표직 유지, 만장일치 아니었다” 말바꿔… 非明 “절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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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헌 예외 적용 놓고 시끌

‘전해철 당무위 기권’ 뒤늦게 공개… 비명 “직무정지 후 논의가 맞아”

친명 “사무총장 재량… 문제없어”… 일부 당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가 박홍근 원내대표와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날 민주당이 당무위를 열어 이 대표의 기소에 대해 정치 탄압이 인정돼 당헌 80조에서 규정한 당직 정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에선 반발이 이어졌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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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친문재인)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22일 이재명 대표 기소의 정치 탄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퇴장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민주당은 당무위 직후 “(참석자 모두가) 이 대표에 대한 기소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당직 정지 예외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 만에 ‘말 바꾸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비명(비이재명) 성향의 권리당원들은 23일 법원에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이 대표에 대한 ‘당헌 80조’ 적용 문제를 둘러싼 내홍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 민주당, 하루 만에 말 바꾸기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당무위 관련 추가 브리핑’을 자청해 “전 의원은 전날 당무위에서 몇 가지 말을 한 뒤 기권을 하고 퇴장했다”고 밝혔다. 전날 “반대 없이 의결했다”고 브리핑한 지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

전 의원은 전날 김 대변인의 발표 내용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정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전 의원이 자신이 한 말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해서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날 당무위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전 의원은 “기소 당일 당무위를 소집하는 것은 너무 촉박한 결정이고, 공소장이 국회로 넘어온 뒤 심층적으로 검토해 논의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후 “이미 예견된 사태” “공소장을 받아보는 데만 일주일이 걸리는데 이 기간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는 다른 당무위원들의 반론이 이어지자 전 의원은 기권표를 던지고 회의장을 퇴장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발표한 이유에 대해 “(전 의원은) 이미 기권하고 퇴장한 단계였다”며 “전 의원이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를 인정하느냐’는 안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 없이 통과됐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전 의원은 의총 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무위 소집 문자를 당일 오후 1시에 받은 데다 이미 한 달 전 기소된 기동민 이수진(비례) 의원과 (이 대표 사안에 대한 유권 해석을) 묶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정치 탄압이라고 하면 (최소한) 공소장은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논란에 대해 이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견이야 다양하게 있는 것”이라고 했다.

● 비명계 “예외 적용 절차 문제 있다”

당무위가 최종 결론을 내렸지만 당헌 80조 해석을 둘러싼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헌 80조 1항은 ‘사무총장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비명계에서는 80조 3항의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에 앞서 당 대표 직무부터 정지했어야 한다며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잠깐이라도 직무가 정지되는 절차가 있어야 80조 3항(논의)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그 처분이 내려진 적이 없다”며 “철통같은 태세고, 전반적으로 과유불급”이라고 비판했다.

유튜버 백광현 씨 등 비명 성향 권리당원들은 이날 서울남부지법에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반면 친명 진영에서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친명 중진 의원은 “당직 정지는 사무총장 재량의 영역”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도 재검토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 “당헌당규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은 당무위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심상치 않은 당내 반발에 당 지도부는 ‘당직 개편’ 카드를 3월 말, 4월 초에 서둘러 꺼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에라도 전략기획위원장과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당직을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셀프 면죄부”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이 대표의 비리를 덮기 위해 당헌까지 교묘하게 (동원)하는, 그야말로 꼼수에 꼼수를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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