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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류 생명혈 고갈"... 36억명이 '오염된 물' 쓰고 '맑은 공기'는 8만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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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46년 만에 '물 보호' 위한 회의 개최
구테흐스 "우리는 물 고갈시키는 흡혈귀"
유엔 "2050년 물 부족 도시 인구 24억 명"
"초미세먼지 없는 곳 인구 0.001%" 연구도
한국일보

극심한 가뭄과 식수 오염 사태에 노출된 소말리아 아이들의 모습. 미국 CNN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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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흡혈귀 같은 과소비와 지속이 불가능한 (자원) 이용으로 인류의 생명혈을 고갈시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2023 유엔 물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같이 말했다. ‘물 보호’를 위한 유엔 고위급 회의는 1977년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 회의 이후 46년 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심각한 위기라는 방증이다. 예컨대 현재 지구촌에서 비위생적인 물을 쓰는 사람이 무려 36억 명에 달할 정도다.

극악의 환경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건 물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1년 내내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인구 비율은 0.00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오염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과학계에선 ‘상상 이상의’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는 셈이다.

"인분으로 오염된 식수원에 20억 명 노출"


이날 미국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유엔 세계 물 개발 보고서’가 전한 실태는 꽤 충격적이다. 우선 전 세계 인구 80억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6억 명(45%)이 안전한 위생 시설에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됐을 가능성이 큰 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최소 20억 명은 인분 등으로 더럽혀진 식수원에 노출돼 있기까지 했다.

심지어 이렇게 오염된 물조차 급격한 도시화로 계속 고갈되고 있다. 물 부족을 겪는 도시 인구는 2016년 9억3,000만 명에서 2050년까지 최대 24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물 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를 지금보다 3배 이상 늘려야만 인류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며 “이대로 방치한다면 인류는 ‘강제 이주’를 해야 할 판”이라고 경고했다.

육지의 99.8%, '위험 수준 초미세먼지'로 뒤덮여

한국일보

22일 최악의 황사가 덮친 중국 베이징 도심에 희뿌연 먼지가 가득하다. 베이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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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상황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 7일 호주 모내시대 공중보건대학원 궈위밍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에 게재한 ‘전 세계 초미세먼지(PM2.5) 오염 지도’를 보면, 지구의 모든 땅은 초미세먼지에 점령을 당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지 면적의 99.82%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안전 한도(5㎍/㎥)를 웃도는 ‘위험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초미세먼지가 없는 지역에서 사는 인구 비율도 0.001%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현재 세계 인구가 80억 명임을 감안하면, ‘맑은 공기’로 숨 쉬는 사람은 고작 8만 명가량인 셈이다. 초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동아시아로, 50.0㎍/㎥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보였다. 최악의 오염 지역은 중국(2010년 52.5㎍/㎥)이었으며, 한국도 2019년 40.3㎍/㎥으로 측정되는 등 4, 5위권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는 2000~2019년 65개국 5,446곳에서 축적된 대기 측정치와 지리적 요소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다. 궈위밍 교수는 “각국 정책 입안자들의 생각이 바뀌길 바란다”며 “대기 오염에 대한 장·단기적 영향을 더 잘 평가해야 인류의 초미세먼지 노출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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