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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물가와 GDP

미 연준, 금융불안에 긴축 숨고르기…한은 운신폭 넓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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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FOMC 0.25%p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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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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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역은행 파산 위기에 연방준비제도가 두차례 연속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금융 불안과 경기 둔화를 고려하면 연준의 정책금리 행보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시장의 전망도 나온다. 연 3.50%까지 올린 뒤 ‘동결’에 들어갔던 한국은행도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미 정책금리 격차가 22년여 만에 최대치이나 한은도 국내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부진을 고려하면 무작정 금리를 쫓아 올리긴 힘들다. 원-달러 환율은 금리 격차 확대에도 하루 새 30원 가까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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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22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를 연 4.50~4.75%에서 연 4.75~5.00%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고물가 대응을 해오던 연준은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지역은행 불안이 지속되자 금융 안정을 고려해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늦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융 여건의 긴축은 통화정책 긴축과 같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 영향이 사실상 금리 인상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속도 조절에 통화 긴축이 막바지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장의 평가도 나온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5월 추가 0.25%포인트 인상으로 최종금리 연 5.0~5.25%에 도달한 뒤 그 수준을 유지하다가 내년 3월 처음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은 이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회의) 참석자들은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연준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두고 ‘줄타기’에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은은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 3.50%인 기준금리를 1년 만에 동결했다.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쉼표’를 선택한 것이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하면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를 기다린 다음에 갈지 말지를 봐야 한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물가, 경기, 금융 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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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다음 금통위는 4월에 열린다. 한-미 정책금리 격차가 2000년 5~10월 이후 처음으로 1.50%포인트로 커진 상태이지만, 이것만 고려해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미국보다 위험한 투자처인 한국은 금리 매력까지 떨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고 환율도 요동칠 수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 투자자들은 금리 차뿐 아니라 환율 등 국제금융시장 여건, 국내 경제 상황, 투자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한-미 금리 역전은 지난해 7월부터 발생했는데, 이 기간 중 외국인 주식·채권 투자자금이 오히려 순유입되는 경우가 나타났던 이유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도 1270원대로 내려가 ‘달러 약세’를 보였다.

한은 입장에선 미국 정책금리를 무조건 뒤쫓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오히려 금융 불안과 경기 둔화를 가속화하는 실책에 빠질 수도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것을 확인할 경우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로 금융 안정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만큼 한은의 금리 인상은 2월로 종료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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