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마크롱 "인기 떨어져도 올해 연금개혁" 재확인에 불붙은 프랑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의회 표결 없이 연금개혁법을 밀어붙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방송 인터뷰를 통해 대국민 설득에 나섰지만 "불난 데 기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조합들은 23일 총파업 참여를 다시 한 번 촉구하고 나섰다.

프랑스 방송 프랑스24를 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TF1, 프랑스2 방송이 생중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래 기다릴수록 (연금 제도로 인한 적자가) 악화될 것"이라며 개혁안을 올해 안에 시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개혁안 통과가 내게 기쁨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니다"라며 개혁이 "사치나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필수품"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단기 여론조사 결과와 국가의 일반적 이익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하겠다"고 밝히고 개혁 탓에 "인기가 떨어진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최근 28%로 떨어진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개혁안 강행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그는 이날 개혁 관련 국가적 설득엔 "성공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 16일 정부가 의회 표결을 거치지 않고 연금개혁법 강행 처리 방침을 밝힌 뒤 프랑스인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은 긴급한 상황에서 각료 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 책임 아래 의회 표결 없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뒤집으려면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지난 20일 불신임안이 9표 차로 부결되며 개혁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개혁안엔 정년을 현행 62살에서 64로 연장하고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기간을 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 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두 달 이상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로 여론을 설득하려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온건 성향의 프랑스 최대 노조 민주노동동맹(CFDT) 로랑 베르제 위원장은 소셜미디어(SNS)에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에서 노조가 연금개혁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시사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보다 강경한 성향의 노동총연맹(CGT) 필립 마르티네즈 사무총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기괴한" 인터뷰로 "시위에 참여한 수백만 명을 업신여겼다"며 "최선의 대응은 내일 수백만이 거리로 나오고 파업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23일로 예정된 총파업 참여를 촉구했다. 마르티네즈 사무총장은 "우리는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한 대통령을 가졌다"고 덧붙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야당인 사회당 대표 올리비에 포레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를 통해 "이미 크게 타오르고 있는 불에 더 많은 화약을 쏟아 부어 두렵다"고 말했다.

대통령 인터뷰가 방영된 이날 오후에도 시위는 계속됐다. <프랑스24>를 보면 파리 북동부 스탈린그라드역 인근에서 집결한 수백 명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였다. 남부 마르세유에선 시위대가 선로를 점거했다. 서부에선 루아르강을 가로지르는 3.3km에 이르는 생나제르 다리가 시위대에 의해 전면 봉쇄됐다. 환경미화원 파업이 지속되며 파리 거리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쥐포칼립스(ratpocalypse·쥐를 뜻하는 단어 rat 및 종말을 뜻하는 단어 apocalypse를 합성한 것)"라 칭해질 정도다. 정유소 노동자 파업으로 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겨 현지 언론은 연료가 남아 있는 주유소 현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의 '의회 패싱' 선언 뒤 일부 시위대가 거리 쓰레기 더미에 불을 붙이는 등 시위가 격화되며 경찰의 과잉 진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프랑스 언론 <르몽드>는 지난 19일 저녁 파리의 한 식당 부근에서 시위 진압 경찰이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고 시위 참여자인지 불분명한 젊은이 3명을 곤봉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은 파리 시위 현장에서 취재 중이라고 밝힌 자사 기자를 경찰이 방패로 거세게 밀쳤다고 덧붙였다. <르몽드>는 시위와 관련해 지난 16일 이후 파리에서만 800명 가량이 체포됐다고 22일 전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16일 이후 시위 관련 94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다고 21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인터뷰에서 노동조합의 시각을 존중하고 "합법적 시위"는 인정하지만 "어떤 과잉 폭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안 의회 표결 생략 뒤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마크롱 대통령은 내각 장관들과 21일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에서 가진 회의에서 "어떤 형태를 취하든 군중은 선출된 대표를 통해 뜻을 표현하는 국민 앞에서 정당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23일 철도·항공·학교 등 마비될 듯…영국 찰스 3세 국빈 방문 차질 빚을 수도

23일 다시금 총파업이 선언되며 프랑스 전역의 철도·항공이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교사들도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프랑스 법정 정년은 독일(현 65살7개월에서 67살로 상향 중), 이탈리아(67살), 영국(66살) 등 이웃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의 연금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3%로 유럽연합(EU) 평균인 10.3%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혼란이 계속되며 오는 26~29일로 예정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프랑스 국빈 방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22일 영국 왕궁인 버킹엄궁 소식통이 방문을 위험하다고 보고 있지 않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방문) 계획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28일 보르도에 방문해 트램을 타고 이동할 예정이지만 프랑스기독교노동조합(CFTC) 보르도 지역 대표인 파스칼 메스게니는 트램 운행 거부를 예고하며 찰스 3세가 "트램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고 밝힌 바 있다. 상드린 루소 프랑스 녹색당 의원은 22일 현지 매체에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상황"인데 "베르사유에서 찰스 3세를 맞이하는 것이 우선이냐"며 마크롱 대통령이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간 프랑스 환경미화원들이 22일(현지시각) 파리 외곽 이시레물리노에 모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생방송 인터뷰를 시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