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제2의 코로나' 新팬데믹 대비·대응전략, 5월 초 나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메르스 같은 완전종식 없어…25년 내 더 큰 유행 올 수도"

"초기 3T로 억제 잘했지만…기존에 연구된 병원체라 운도 작용"

"더 이상 카톡·엑셀로 일하지 말아야…고도화된 정보체계 필요"

"중환자실, 1인실로 구성하고 위기경보단계별 기관 역할 정리해야"

노컷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출현할 미지의 신종 감염병(Disease X)에 대비·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5월 초 발표한다. 7차 유행에 해당하는 겨울철 재유행이 안정화된 지금은 일종의 '막간'으로 다음 팬데믹(pandemic) 관련 전략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할 시기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질병관리청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코로나19 대응 성과와 한계점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또다른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분야별 주요과제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질병청 정통령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신종감염병의 발생 주기가 축소되고 유행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대체로 한 5~6년마다 (주기가) 돌아오고 있어서 이제 이로 인한 국가 공중보건 위기사태는 항상 우리 옆에 존재하는 위협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발생한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는 국내 유행기간이 3개월에 그쳤고 확진자도 3명, 사망자는 전무했던 반면 신종플루(2009년)는 약 1년간 유행하며 1만 5160명이 확진되고 260명이 숨지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5년 찾아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확산이 이뤄지는 등 감염병 대응 시스템의 '구멍'을 노출시켰다. 종식 선언이 이뤄지기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환자는 186명, 사망자는 38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유행이 진행 중인 코로나19는 불과 만 4년 만에 시작됐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는 6억 6천만, 사망자는 700만에 달하며 경제적 손실은 무려 '1.6경'으로 추산된다.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후 누적 확진이 3천만 명을 넘긴 한국에서도 3만 3천 명이 숨졌다. 앞으로도 산발적인 유행이 불규칙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종식'이란 개념이 무의미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1월 공식보고가 아닌 초안(draft) 형태로 발간된 보고서에서 "유행과 종식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대유행(pandemic)과 중간에 유행이 감소하는 대유행 간기(inter-pandemic)을 연속적 과정으로 파악해야 한단 것"이라며 "전주기적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최근에 나온 (미국의 컨설팅업체)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대비 투자를 초기 2년에 850~1300억 달러 등 매년 200~500억 달러씩 해서 10년간 최대 4300억 달러를 투자하면 16조 달러 정도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달러를 (미리) 투자하면 2000달러 이상의 효과가 있단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사전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져야 사후 손실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작년 9월 백악관 주도로 향후 유행 대비계획을 발표한 미국은 '감염병 발생 이후 100일 이내' 백신 설계와 테스트·검토를 다 끝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자국민에게는 130일 이내, 해외에 대해서도 200일 이내 백신 생산·배포가 가능한 역량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약 77조 원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주요 7개국(G7)도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감염병이 감지된 지 '100일 이내' 백신 공급이 가능한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노컷뉴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발제자료. 질병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역당국도 5월 초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질병청은 '효과적 위기 대비·대응으로 안전한 사회 실현'을 비전 삼아 △주요 대응수단 신속 확보 △대규모 유행 안정적 관리 △두터운 취약계층 보호를 굵직한 목표로 내세웠다.

정 과장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유입 초기 진단→추적→격리치료로 이어지는 '3T(Test·Trace·Treatment)' 전략이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되고 나서는 확진자 증가를 지연시키는 억제 전략으로 시간을 벌었고,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론 고위험군 관리·중증 예방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왔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 과장은 "대규모 유행상황에서는 우리도 초기 대응역량과 힘을 잃어가며 대응수준을 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쳐왔다. 충분한 중환자 병상 확보와 역학조사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감염취약시설에서 많은 집단감염이 나왔는데 사망자를 좀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돌아봤다. 코로나19의 경우, 기존에 연구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었고, 당국이 모의훈련을 했던 시나리오에 일정 부합하기도 했던 만큼 "운이 좋았던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건 위기를 초래할 '다음 타자'로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인체감염증 또는 코로나19와 유사한 호흡기감염증을 지목했다. 향후 25년 이내 코로나보다 더 큰 팬데믹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정 과장은 "발생규모와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전사회적 대응이 필요한 호흡기감염병의 대응역량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출혈열바이러스와 두창 등 생물테러가 가능한 병원체도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컷뉴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발제자료 중 일부. 질병관리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염병 관련 정보를 좀 더 유기적으로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건강보험공단, 질병청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자료가 있지만 매우 일부분만 결합돼 있다. 더 적극적으로 (통합을) 시도할 필요가 있고, 그 데이터는 연구자들에게 계속 공개되고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상 배정과 확보, 역학조사에 있어서도 포괄적인 '통합 감염병 의료대응 정보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정 교수는 "더 이상 엑셀이나 카톡으로 일하지 않는 질병청, 지자체가 되어야 한다"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어느 시기에 병상이 얼마만큼 필요할지 빠르게 예상하고 적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컷뉴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발제자료. 질병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역 위기상황에서 당국의 '정확한 소통'을 전담할 전문조직·인력을 양성하자고도 제언했다. 정 교수는 "잘못 나간 정보는 주워담기 어렵고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이 있다. 정책 신뢰 제고를 위한 위기대응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질병청 대변인실 등 몇몇 사람에게만 맡겨놔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감염병자문위를 포함해 그간 너무 많은 위원회들이 중복되는 기능을 수행해온 점을 들어 거버넌스의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 모두 법제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밖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국가지정입원병상을 중증 진료가 가능한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며, 중환자실을 '1인실'로 구성할 수 있는 장기적 지원체계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감염병 위기경보와 특성, 확산 수준에 맞게 대응기관과 시설별 역할을 정리해야 실제 유행 상황에서 맞춤형으로 병상과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컷뉴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발제자료 중 일부. 질병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