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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동훈 '완패'…헌법재판소 "검수완박법 무효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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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헌법재판소가 검찰 수사권 축소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에 대해 국민의힘이 낸 '법률안 가결 선포행위 무효 확인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해당 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점은 인정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등이 낸 권한쟁의심판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는 등 이유로 각하 처리됐다.

헌법재판소는 23일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각각 낸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심판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이 낸 권한쟁의심판의 내용은 각각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가결 선포 행위에 대한 권한 침해 확인 청구와 △동 행위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에 대한 권한 침해 확인 청구와 △ 의장의 선포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 등 총 4가지였다. 이 중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한 권한 침해 확인 청구는 5 대 4로 인용됐지만, 나머지 3개 청구는 5 대 4로 모두 기각됐다.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한 권한 침해 확인 청구, 즉 법안 심의 직전 민주당을 탈당한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원회 '야당 위원'(문재인 정부 당시)으로 배정한 이른바 '위장 탈당' 논란에 대해 다수 재판관(이미선·이선애·이영진·이은애·이종석)은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의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다"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 다수 의견은 법사위 과정의 흠결로 인해 '검수완박'법의 법사위 통과 자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법사위원장 권한 침해 확인 청구'에 기각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김기영·문형배·유남석·이석태)은 "권한 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 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고 봤다. 여기에 앞의 권한 침해 확인 청구에서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 중 이미선 재판관이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되나 그 정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전면 차단되어 의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국회의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 법률 무효 확인 청구는 5대4로 기각됐다.

국회의장을 상대로 한 권한 침해 확인 청구, 즉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위해 '회기 쪼개기'를 사용한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 다수 재판관은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 하한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를 위헌·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고, 적법하게 결정된 회기가 종료되어 무제한 토론이 종결됐으므로 무제한 토론 권한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사건 수정안은 법사위에서 실제 논의된 사항이 포함된 것이므로 원안과의 직접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 다수 재판관은 국회의장을 상대로 한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서도 "권한 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9년 당시 한나라당이 주도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도 헌재는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했지만 법률안 자체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결정문에서 헌재는 "국회의 입법에 관한 자율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헌재는 원칙적으로 처분의 권한 침해만을 확인하고, 권한 침해로 인해 야기된 위헌·위법 상태의 시정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한동훈 장관과 검사들이 헌재에 낸 권한쟁의심판은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고, 검사들은 권한 침해 가능성이 없다"라며 5 대 4 의견으로 각하됐다. 각하는 기각과는 달리, 본안 내용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은 채 청구인들의 적격성이나 소의 실익이 있는지 등 형식적 요건을 따져 내리는 결정이다. 즉 심판을 할 필요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헌재는 "(검수완박 입법은)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개정한 것"이어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한 장관에 대해서는 검수완박법에 법무부 장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내용이 없어 아예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즉 헌재는 수사권이 검사의 '헌법적 권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헌재는 헌법상 영장 신청 권한이 검사에게 있으나 이는 검사가 아닌 수사받는 이의 권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수사권은 특정 국가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에 따라 행정부 내의 다른 기관·부처에 부여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다수의견을 형성했다. 

앞서 지난해 6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며 한 장관은 '검수완박'법에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절차적 흠결에 더해 헌법상 보장된 검사의 수사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헌법에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이 적시되어있을 뿐 수사권에 대한 명시적 근거는 없으므로 수사권은 국회가 시대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고 맞섰다.

판결 직후 양당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결정을 보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 최고기관 역할을 못하고 있구나 한탄했다"며 "절차상 정의는 안 지켜도 된다? 민주주의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한데 절차에 위법이 있어도 무효가 아니라고 하면 앞으로 이런 일은 허용하겠다는 말밖에 더 되나"라고 비판했다. 재판관을 향해서도 그는 "기각 의견을 낸 분들은 평소에 우리가 늘 특정 모임 출신으로 편향성 가진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던 분들"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헌재는 국회를 통과한 검찰개혁법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헌법 정신에 기인해 국회 입법권과 검찰개혁의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면서도 "헌재가 일부 절차상 문제를 지적해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받았다고 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국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예정된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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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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