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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양곡법 시행땐 매년 청년농 3000명 키울 1조, 쌀 매입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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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개정안’ 비판

동아일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장관은 23일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도록 주무 장관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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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청년농 3000명을 육성할 수 있는 예산이 쌀 사는 데 들어간다.”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이처럼 말하며 “우리 농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너무나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대로 시행되면 이후 어떤 정부가 와도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정안을 평가하면….

“의무 매입 조항이 가장 큰 문제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면 농민들은 ‘아무리 많이 지어도 정부가 판로를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게 된다.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셈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년간 34.8% 줄었고 앞으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는 가파르게 주는데 생산이 그에 맞춰 줄지 않아 공급과잉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재정 부담은 어떻게 되나.

“정부의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쌀 수매에 연평균 1조 원 이상이 투입된다. 청년 자영농 10명을 양성할 수 있는 스마트팜 1ha를 조성하는 데 드는 예산이 30억 원인데, 1조 원이면 이런 스마트팜 300개를 지을 수 있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청년농 3000명을 양성할 수 있는 재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농가 소득 안정에 도움이 되나.

“안 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곡법 개정안 시행 시 최근 5년 평균 80㎏당 19만3000원인 쌀값이 2030년 17만200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농가에서 쌀 판매로 얻는 소득이 10%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또 103만 농가 중 쌀 농사를 짓는 가구는 53만 가구이고, 쌀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가구는 23만 가구에 불과하다. 쌀 의무수매가 농가 소득 안정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농민들 의견은 어떤가.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다. 최대 농민단체인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개정안 부작용을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당초 개정안에 적극 찬성했던 쌀생산자협회와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시장격리 조건을 일부 바꾼 수정안이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쌀값 안정 방안은….

“시장격리 같은 사후 조치가 아니라 쌀 적정 생산, 소비 촉진 등 사전 대책을 통해 수급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정부는 소비가 감소하는 밥쌀은 생산 규모를 줄이고, 식량 안보에 필요한 밀, 콩, 가루쌀 등 다른 작물로 전환을 촉진할 계획이다.”

―가루쌀 재배를 늘리면 쌀 수급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나.

“그렇다. 가루쌀은 일반 쌀과 동일하게 논에서 키우는데,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다. 전분 구조가 밀과 유사해 밀가루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분할 수 있다. 면, 빵, 과자 등 밀가루 제품 대부분을 가루쌀로 만들 수 있다. 현재 밀은 국내 소비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밥쌀 대신 가루쌀 재배 면적을 늘리면 식량안보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청년농 육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2027년까지 3만 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정착 초기 소득 안정을 위해 영농정착 지원사업 대상을 지난해의 2배인 4000명으로 늘렸다. 정착지원금도 기존 최대 월 100만 원에서 110만 원으로 올렸다. 또한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 스마트팜 창업 전문과정을 연 208명 규모로 운영하고,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형 스마트팜도 2027년까지 15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자영업자로 비유하면 사업 아이템을 정부가 교육해주고 가게까지 빌려주는 셈이다.”

―청년농 육성이 지방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나.

“그렇다. 이달 초 충남 서천의 청년농촌보금자리를 방문했는데 28세대에 어린아이 25명을 포함해 100여 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은 세대별로 임대료 월 8만~23만 원으로 최장 10년까지 지낼 수 있다. 지역에서 직장을 얻고 가족을 형성하는 청년농이 늘어나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농촌을 활성화해 지역을 살릴 복안이 더 있나.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고 3월 중 공포 예정이다. 이 법률을 바탕으로 ‘농촌공간계획’ 제도가 도입된다. 제도의 핵심은 농촌 특성을 고려해 공간을 구획화하는 것이다. 축산단지, 공장지대와 거주지역을 분리하고 거주지역엔 생활, 사회, 서비스 기능이 갖춰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스마트팜 수출확대도 주요 과제다. 우리 스마트팜이 세계 시장에서 가진 경쟁력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어 팜(indoor farm·실내농장)’을 보유한 농업기술 강국이다. 충북 옥천의 폐터널에 6700㎡ 규모의 실내농장이 조성돼 있다. 인도어 팜 기업들은 LED,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기반으로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비닐온실도 우리가 수출 경쟁력을 갖는 분야다. 네덜란드가 첨단 유리온실로 세계 농업을 선도하고 있는데, 비닐온실은 생산성과 내구도는 유리온실에 비해 떨어지지만 비용이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ICT 기술을 적용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한국형 스마트팜’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출 성과는.

“1월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우리 기업이 현지 기업과 5600만 달러 규모 의 MOU를 체결했다. 또 최근엔 농심, 포미트 등 기업이 사우디 기업과 1억 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향후 스마트팜 지원 계획은.

“스마트팜 수출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400억 원 규모 펀드, 1000억 원 규모 스마트팜 수출 융자를 신규 조성할 계획이다. 또 UAE 무바달라와 같은 해외 국부펀드,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의 정책금융자금도 스마트팜 업계로 유입되도록 노력하겠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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