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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프레시백에 기저귀가… 양심 버리지 말라” 쿠팡맨 호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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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쿠팡 배송기사 A씨가 공개한 프레시백 안 쓰레기. 둘둘 말린 기저귀도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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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프레시백’에 쓰레기를 넣어 반납하는 등 일부 고객의 몰지각한 행동이 공개돼 공분이 일고 있다. 수거 업무를 맡은 한 배송기사는 “양심을 버리지 말아 달라”며 고충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자신을 쿠팡 배송기사라 소개한 네티즌 A씨는 지난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기사들이 모이는 오픈 카톡방에 이런 게 나와 어이없어 올린다”며 사진 3장을 첨부했다. 쿠팡이 신선 제품 등을 배송할 때 쓰는 프레시백을 촬영한 것으로, 재사용을 위해 수거하던 배송기사들이 직접 공개한 모습이다.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건 프레시백 안에 담긴 물건들이었다. 보통 프레시백으로 배송받은 경우 주문한 상품만 뺀 뒤 그대로 집 앞에 둬야 한다. 그러나 사진 속 프레시백에는 비닐, 휴지조각, 물티슈, 영수증 등 온갖 잡다한 쓰레기가 담겨 있다. 둘둘 말린 기저귀도 보인다.

또 다른 프레시백은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로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 분리수거해야 할 쓰레기를 배송기사에게 전가한 것이다. 문 앞에 있어야 할 프레시백이 찌그러진 채 쓰레기장에 나뒹굴고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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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직접 찍었다며 올린 사진. 프레시백 안에 쓰레기를 넣어둔 것은 물론, 프레시백을 아예 쓰레기장에 버려둔 경우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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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프레시백 안에 쓰레기가 담긴 경우가 자주 있어 기사들끼리는 쓰레기백이라고 부른다”며 “문 앞에 내놓지 않고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넣은 채 버려놓는다던가, 알 수 없는 장소에 둬 기사가 못 찾는 경우도 있다. 어플에 미회수가 뜨기 때문에 매일 하루 2~3번씩 그 집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프레시백은 회수자가 센터로 가져갔을 때나 가져가기 전 다 펴서 반납한다. 그래서 운송장이나 아이스팩도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며 “오전 7시 안에 무조건 배송보장이라는 고객과의 약속 때문에 시간이 많이 없다. 저는 밥도 못 먹고 쉬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대충 일하면 제 배송지가 다른 사람에게 팔려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레쉬백을 회수해봤자 100~200원밖에 받지 못한다. 상품 접수와 중간 운송 등 여러 손을 거쳐 배송기사 손에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기저귀는 왜 넣는지 모르겠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양심을 프레시백에 버리는 행위는 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쿠팡 프레시백 제도는 2020년 수도권에 처음 도입된 이후 전국으로 확대됐다. 현재 쿠팡이 판매하는 신선 제품 10개 중 7개는 프레시백으로 배송되는데, 이로 인해 1억 개에 달하는 스티로폼 상자가 절약되고 있다. 여의도 면적 6.5배에 달하는 토지에 나무 약 90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프레시백을 수거해 재사용해야 하기에 쿠팡은 포장·수거·세척 등 모든 과정을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배송센터에는 프레시백 전용 세척기와 전담 인력도 배치돼 있다.

[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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