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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북한 전술핵·ICBM 쏘고 “주변국가 안전에 부정적 영향 없다”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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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평양 국제공항에서 실시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전화로 승인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7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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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전술핵 공격 훈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강도 높은 도발적 군사행동을 자행하며 이례적으로 “주변 국가들 안전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강 대 강’ 도발 국면에서 쓰지 않은 표현이다. 급속히 고도화한 핵무력을 통제·관리할 수 있다는 기술적 자신감과 발사 훈련의 정당성을 과시하며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공식매체들은 지난 17일과 지난 20일 각각 화성-17형 ICBM과 전술핵 운용부대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도하며 “발사 훈련은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고 동일하게 주장했다. ICBM은 동해상에 떨어졌고 전술핵 탄도미사일은 동해 상공에서 공중 폭발했다.

북한이 해당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9월 핵 선제공격을 시사한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한 뒤 본격화한 도발적 군사행동 국면에서 등장한 적이 없다. 지난해 10월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태평양에 쐈을 때 일본에 대피령이 떨어지고, 지난해 11월 북방한계선(NLL) 이남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울릉도에 공습 경보가 내려지는 등 주변국 위협이 현실화됐을 때도 쓰지 않았다.

북한이 그 어느 때보다 남한·미국을 겨냥한 전술·전략핵 위협을 극대화해놓고 주변국 안전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 것은 모순적이다. 핵·미사일 파괴력이 지난해보다 더욱 강화된 현 시점에서 주변국에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 핵무력을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기술적 역량을 과시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핵무기가 체계적으로 관리·운용되고 있음을 의도적으로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수사”라며 “(북한이 주장하는) 핵 보유국의 위상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무력에 대한 외부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그간의 시도와 무관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화성-15형 ICBM 발사와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발사 시험 직후 담화를 내 남한 전문가들의 기술적 평가 절하를 맹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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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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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전략핵 미사일 발사가 도발이 아니라고 강변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간 북한은 체제를 위협하는 한·미 연합훈련에 맞선 정당한 군사 행동이라고 주장해왔다.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적인 국방기술 발전 시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유엔 등 국제사회가 한·미 훈련은 정당화하고 자국의 군사 행동만 도발로 규정한다며 이를 ‘이중 기준’이라고 강하게 비난해왔다.

북한 공식매체들은 전날 발사한 순항미사일 관련 보도를 이날 내놓지 않았다. 미사일 발사 다음날 공식매체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과 목적을 보도한 최근 흐름에서 이례적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두 곳 모두에 (발사 보도가) 안나왔기에 (전날 발사는 북한군) 동계훈련의 일환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향후 다른 미사일 발사 또는 훈련 내용과 종합해 보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전날 순항미사일 발사 규모를 “4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수 발의 순항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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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6일 발사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왼쪽)과 지난 19일 쏜 전술핵 탑재 모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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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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