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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일)

헌재 "검수완박 입법, 국회의원 심의·표결권 침해…무효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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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원장 중립적 지위 벗어나 조정안 의결토록 해"

민형배 위장탈당 꼬집은 헌재…"위장 탈당 알고도 조정위원으로 선임"

상임위에서 표결권 침해됐어도 본회의 절차 적법

'살라미 국회' 막는 국회법 없어…위헌 아냐

노컷뉴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헌법재판관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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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을 둘러싼 권한쟁의 심판사건에서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일부 침해됐다고 인정했다.

헌재는 다만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된 무효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재판관 5 대 4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 검찰이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종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 중 특정 죄목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검수완박법 통과를 주도했다.

이에 국민의힘(청구인) 소속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며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위장탈당'에 '17분짜리 회의'…헌재 "토론 기회 제공 안돼"

노컷뉴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전주혜 의원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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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놓고 다툼이 생기면 헌법재판소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재판관 9명 전원이 심리하고 과반(5명 이상)의 찬성으로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할 수 있다.

헌재는 토론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국민의힘 측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조정위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킬 의도로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부분을 문제로 지적했다.

당시 민 의원이 조정위원으로 선임되면서 회의는 결국 17분 만에 끝났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은 "11개 법안을 안건조정위에 상정한 것은 맞지만, 그 얘기는 안건 조정을 안 했다는 증거"라고 했고, 민주당 측에서는 "사전 여야 비공식 협의에서 조정을 거쳤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본회의 직전 또 수정됐었지만…"본회의 절차는 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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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30일 서울 국회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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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검수완박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한 권한침해 확인청구와 무효 확인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한 무효 확인청구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수 의견은 "청구인들은 모두 본회의에 출석해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고, 실제 출석해 개정법률안 및 수정안에 대한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했다"며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4월 27일 법사위를 통과한 검수완박법 여야 협의안 대신 일부 조항이 수정된 일명 '셀프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렸다. 검찰의 2대 범죄 수사권과 관련한 조항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이 '부패·경제범죄 중'으로 바뀌었다가 상정 직전 다시 '등'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서는 4월 27일 법사위를 통과한 검수완박법이 당일 본회의에 상정됐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국민의힘 반대가 명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협의가 무의미했다고 보고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검수완박법을 상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이날 가결·선포행위에 법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다. 일명 '살라미 국회'로, 회기가 만 하루였다고 해도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 하한 규정이 없어 위헌·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종결됐기 때문에 토론 권한이 침해됐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적법한 회기가 종결된 것이므로 권한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정안은 법사위에서 실제 논의됐던 사항이 포함돼 원안과의 직접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적법한 수정동의라고 판단했다.

이미선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법사위에서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해도 본회의에서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돼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법무부와 검찰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사건은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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