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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뉴스속 인물]KT 차기대표 후보서 물러나는 윤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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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전원 찬성으로 후보 낙점 뒤 보름만에

與 반발에 '주총통과 난항' 판단한 듯

KT 차기 대표이사(CEO) 후보인 윤경림 사장(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이 후보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의 표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는 전날 KT 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더 버티면 KT가 망가질 것 같다"면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이사들이 만류했지만, 윤 후보는 계속 사의 표명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T 홍보실 측은 "현재까지 윤 사장이 후보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고 전달받은 내용도 없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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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KT 이사회는 지난 7일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했다. 그는 구현모 현 KT 대표의 '오른팔'로 불리며 후보 선정 과정 중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여권에서는 가장 반대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구 대표가 수사 대상이 되자 갑자기 사퇴하면서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을 세우고 2순위로 신수정을 넣으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정 전후로 나온 여권을 중심으로 한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의사 표현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윤 후보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은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 초기부터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해 주총에서 윤 후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간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던 2대 주주 현대차그룹마저 KT에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 같은 주요 이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윤 후보가 거취를 고심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민연금과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더하면 약 18%이지만, 다른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이보다 더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1963년생인 윤 후보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학위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KT에 입사한 뒤 신사업추진본부장(상무), 2008년 미디어본부장(상무), 2009년 서비스개발실장(상무) 등을 역임하며 신규사업 발굴 및 미디어 등 융합사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CJ로 자리를 옮겼다가 황창규 전 회장 시절인 2014년 KT로 돌아왔다. 다시 2019년 현대자동차로 이직했다가 구 대표의 영입으로 2021년 KT로 복귀했다.

사내에선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현대차와 CJ가 KT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력을 위해 KT와 지분을 교환했다. 신한은행과도 지분 교환을 통해 전략적 동맹을 맺었다. CJ ENM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KT OTT 시즌의 합병도 진두지휘했다.

KT는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 후보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윤 후보가 사의를 공식으로 발표하더라도 주총은 예정대로 열리지만, 대표이사 후보 재선임 등을 비롯해 당분간 '경영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 보인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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