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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남산 옆 건축물 최고 높이 20m…서울 시내 고도제한, 풀어도 될까?[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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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21일 서울 중구 소공로에서 바라본 남산타워 모습. 김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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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산 vs 모두의 산’ ‘재산권 vs 조망권’

자연경관 보호를 위해 설정된 서울 시내 고도제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도심과 아파트 재건축 등 개발 규제 완화와 맞물려 최고 고도 역시 조정해야 한다는 자치구들 요구가 커지면서다. 주거환경개선 욕구와 사회·문화 자원 보존 가치가 맞서면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강북구와 중구에 따르면, 두 자치구는 최근 서울시에 최고고도지구 높이 완화를 제한하기 위한 주민 공청회와 전문가 토론회를 잇따라 열었다.

시민 조망권과 주민 주거정비 대안
동시에 충족 가능한가


고도제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남산과 관련해 중구는 30년 전 설정된 조망권을 현시점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규제의 불합리성을 없애고 현실적인 주거정비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강북구 역시 북한산에 둘러싸인 지역의 주택 노후도가 커져 주거지 개발 욕구가 크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지난 21일 토론회에서 “고도제한 맹점은 도시 환경 변화로 남산 조망점이 없어졌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곳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라며 “지구 내 모든 지역의 높이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주거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열악한 정주 여건은 인구 유출로 이어진다는 게 자치구들의 주장이다. 공공재개발, 철도망 확충 등을 위한 타당성·사업성 조사에서 탈락하며 환경 개선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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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미아동 주거지역에서 1990년 북한산 최고고도지구 지정에 따라 건축 높이가 제한된 곳(빨간 선 안쪽)과 주변 모습이 대비된다. 강북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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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주민 70%가 밀집된 신당역~버티고개역 2.8㎞ 일대 주택의 노후 비율은 65.1%에 달해 서울 평균 주택 노후율(49.5%)을 웃돈다. 강북구 역시 노후도가 63.4%에 이른다.

이수희 강북구청장은 지난 17일 공청회에서 “공공재개발을 추진해도 실현 가능성이 작아 선정되지 못하거나 정비예정구역도 사업성 결여로 무산되는 일이 반복됐다”며 “합리적 고도제한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북구는 높이 규제를 20m에서 28m로 완화하는 한편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시에는 최대 15층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높이를 관리할 수 있는 역세권과 지구단위계획에서는 고도제한을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1990년대 “그대로 모습 지키자” 공감대
‘층수’ 규제 없애고 ‘높이’ 관리로 완화 조정도


서울 시내 최고고도지구는 총 8곳으로 약 9.2㎢ 규모로 지정돼 있다. 1995년 지정된 총 242만㎡ 남산 지구는 중구에만 15개동(111만㎡)이 포함돼 있다. 1990년 지정된 북한산지구는 3.55㎢ 규모로 강북구 면적이 2.39㎢에 달한다. 강북 지역 시가지의 25.4% 수준이다.

남산과 북한산 주변 높이 규제는 1990년 전후 개발 심화에 따라 원래 도시 모습과 시민 조망권이 보호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구체화됐다.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 등으로 도심 주요 지점에서 봤을 때 고층 건물이 산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고, 남산과 북한산 고도지구가 지정됐다. 앞서 국회의사당, 서초 법원 단지 등과 같이 국가시설 보호·경호를 위해 높이를 제한했던 것과 다른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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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최고고도지구 지정 현황. 김포공항 주변 80.2㎢는 2019년, 어린이대공원 주변 능동·구의동 일대 21만9000㎡는 2022년 지구 지정이 해제됐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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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고도가 불변의 법칙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개별 주택이 아닌 단지 형태의 주거개량사업은 높이를 상향할 수 있게 됐다. ‘7층, 28m 이하’와 같이 층수·높이 병행 규제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2014년 높이만 관리하는 방식으로 완화됐다.

서울시는 최근 용도지역 제도 자체를 유연화하기로 하면서 고도제한 재검토 요구에는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대공원 주변 고도제한은 광진구의 폐지 제한을 받아들여 해제한 바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달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지나치게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측면이 있다”면서 “변화를 모색할 때가 됐다는 관점에서 검토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에 강북구 고도지구 내 지역이 선정돼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발주를 준비 중이다. 해당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다른 지역으로 개발이 이어질 수 있다.

고조제한 재조정 윤곽은 2021년 서울시가 시작한 고도지구 재정비를 위한 용역이 오는 11월 마무리되면 나올 전망이다. 해당 연구에는 북한산(강북·도봉)과 남산(중구·용산)뿐 아니라 경복궁(종로), 구기·평창(종로)·배봉산(동대문)도 용역 범위에 포함됐다. 국회의사당(영등포), 서초동 법원단지(서초), 오류(구로)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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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남산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풍경.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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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건축물 높이에 대한 일률적 정량 규제가 지역별 정성 규제로 전환했다고 해도 경관 보존을 위한 마지노선이 사라질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시는 특정 지역별 완화를 검토하기보다는 고도제한 가운데 불합리성을 제거하는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크다.

정상혁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서울시가 높이 규제로 방향 전환을 천명했으나 남산 등 역사·문화 자원의 보존을 위한 절대 선(기준)은 필요하다”면서 “불가역적 자원이기에 (규제 완화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경관·보존 가치 찾아야
어렵지만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


고도지구가 오랜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정됐듯이 규제 완화도 같은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심경미 건축공간연구소 경관센터장은 “도시는 입지, 위치, 여건에 따라 (상황이) 달라 제도(규제) 역시 형평성만으로는 결정할 수 없다”며 “관리(규제)는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전제로 이뤄지는 만큼 제도 적용으로 지역이 좋아지는 부분(반대급부)을 만들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시점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조망, 보존 대상을 명확하게 선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위재송 한국경관학회 부회장은 “1960~70년 획일적이었던 도시 규제가 90년대 이후 차등화됐고 더 세분화할 수 있는 시기와 사회로 가고 있다”며 “경관을 보는 인식과 서울의 조망점 등을 명확하게 정의해 무엇이 관리(보존)해야 하는 대상인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부회장은 “어려운 과정이고 합의도 필요하다”며 “적정한 타협점을 끊임없이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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