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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與 압박, 檢 수사…KT 윤경림 "더는 못 버텨" 끝내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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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윤경림 대표이사 후보, 사의 표명…이사회 수용할 듯


머니투데이

/사진제공=KT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정부·여당의 비토에 이어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까지 시작된 만큼,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에 취임한다 해도 향후 KT의 경영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 사장은 전날 이사진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대표이사 후보직 사의를 표명했다.

윤 사장은 이 자리에서 '내가 더 버티면 KT가 어려워질 것 같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사진은 회사 상황이 어려워진다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후보는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이에 KT 이사회도 결국 사의 수용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그간 대표이사 후보 선임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구현모 현 대표가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았지만 최대 주주 국민연금(10.13%, 작년 말 기준)의 반발을 고려해 경선을 자처했고, 또다시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됐음에도 불투명한 절차로 인해 여권의 반발이 계속되자 끝내 연임 도전을 멈췄다.

이후 공개 경선이 이뤄졌음에도 여권의 반발은 그치지 않았다. 최종 숏리스트가 윤 사장을 비롯한 KT 전현직 임원 4인들로 구성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권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라 비판했고, 특히 윤 사장을 콕 짚어 "구현모 아바타"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달 7일 KT 이사회가 윤 사장을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내정한 이후에도 악재는 이어졌다. 한 시민단체가 구 대표와 윤 사장 등의 배임 및 일감 몰아주기 등 혐의를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현 정권과 비교적 가까운 인사로 분류됐던 임승태 KT 사외이사 후보,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 후보가 잇달아 사퇴했다. 최근에는 KT의 주요 주주인 현대차그룹(7.79%)마저 대표이사 선임에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 사실상 반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권의 윤 사장 반대 기류를 의식했다는 평가다.

KT그룹 고위 인사는 윤 사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외국인 및 소액 주주의 찬성표를 받아 대표이사에 간신히 선임된다 해도, 여권의 비판 기류가 더욱 고조되지 않겠느냐"며 "정부·여당과의 불편한 관계 속에서 규제산업인 통신업을 제대로 영위하기 어렵고, 여기에 검찰 수사까지 본격화되면 결국 KT에 더 큰 상처를 남길 것이란 생각에 윤 사장이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KT는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 후보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 사장의 낙마로 이번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선출이 불가능한 만큼, 'CEO 공백' 사태는 현실화했다. KT 정관은 '대표이사 유고 시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서에 따른 사내이사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KT는 이번 주총에서 신규 선임되는 서창석·송경민 사내이사 중 1인을 '대표이사 대행'으로 선임하고, 곧바로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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