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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상대 턱 밑에 군 기지 조성해 견제 나서는 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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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안보협약 체결한 남태평양 솔로몬제도 항구 건설 체결

美, 영유권 분쟁 남중국해 필리핀에 군기지 4곳 확충

중국과 미국이 서로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중국은 미국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치열한 외교·군사적 전략 경쟁을 펴고 있는 것이다.

23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원하는 호니아라 국제 항구 개발 계획 등에 입찰한 중국토목공정집단(CCECC)가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니아라의 오래된 국제 항구와 지방에 있는 두 개의 국내 항구를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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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캠벨 미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오른쪽)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호니아라에서 솔로몬제도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하던 중 마이클 데이 미 해안경비대와 나란히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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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제도는 중국과 지난해 4월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협정문 초안에 솔로몬제도가 중국 함정에 피항지를 제공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사 기지를 세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호니아라 항구를 중국 기업이 개발할 경우 중국의 남태평양 군사기지 건설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때 과달카날 전투가 벌어졌던 솔로몬 제도는 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였지만 탈냉전 후 미국은 1993년 호니아라 대사관을 폐쇄했다.

하지만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고 미국의 봉쇄 정책 대응 차원에서 태평양 섬나라와 관계를 강화하면서 솔로몬제도 등 남태평양 섬나라는 미·중간 전략 경쟁의 무대가 됐다.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한 뒤 미국은 정부 고위 인사들이 수시로 솔로몬 제도를 방문하고, 임시 대사관을 개설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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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시 남태평양 섬나라 전담 특사를 임명하는 등 관계 강화에 나섰다. 첸보(錢波) 중국 정부 태평양도서국 사무 특사는 이달 초 파푸아뉴기니, 미크로네시아를 방문했다.

남태평양 섬나라에 영향력이 컸던 호주 역시 긴장하고 있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솔로몬제도는 이중 용도로 항구를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호주 정부는 국가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턱밑인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군기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열린 육군 창건 기념일 행사에서 미국이 추가로 사용하게 된 필리핀 군기지 4곳에 대해 “북쪽과 남쪽을 비롯해 팔라완섬 주변에 있다”면서 “조만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지난달 2일 만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필리핀 군기지 4곳의 사용권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합의했다.

필리핀 본섬인 루손섬 북부에 위치한 군기지 2곳과 팔라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루손섬의 이사벨라, 잠발레스, 카가얀 등은 대만과 근접해 있어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팔라완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 기지를 구축한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베트남명 쯔엉사·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인접해 있다.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동맹을 맺은 미국과 필리핀은 2014년에는 인도주의적 목적이나 해상안보를 위해 미군 항공기와 군함을 필리핀 내 기지 5곳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군의 필리핀 군사기지 사용 합의에 대해 “미국이 사익에 입각해 제로섬 사고를 갖고 이 지역에 군사 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지역 정세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며 “지역 국가들은 이를 경계하고 미국에 말려들어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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