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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日정부, 국회 패싱 예비비 지출 상시화…"날림 재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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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예비비는 국회 심사·의결 없이 정부가 사용 가능
코로나, 물가대책 명목 선거 전 선심성 예산 의심
뉴시스

[도쿄=AP/뉴시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월 중의원에서 열린 국회에 참석, 연설하는 모습. 202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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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일본 정부가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 심의 없이도 쓸 수 있는 예비비 지출을 20조원 넘게 책정하자, "재정 민주주의"와 "날림 재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전날 고물가와 코로나 대책으로 2022년도 예비비에서 총 2조엔(약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지출하기로 결정했다. 총리 관저에서 열린 물가·임금·생활종합대책본부에서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한 3만엔 지급과 LP가스(프로판가스) 요금 부담 경감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당일 회의에서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세계적인 물가 급등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며 나날이 변화하는 물가와 경제 동향을 감안해 앞으로도 기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의 핵심은 고물가 영향이 큰 저소득 가구에 대한 급부금(지원금)이라고 아사히가 지적했다. 주민세 비과세 세대 등을 대상으로 1세대당 3만엔분을 기준으로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용도를 정할 수 있는 '지방창생임시교부금'으로 5000억엔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급부 방법과 가구당 지급액은 지자체에 맡긴다. 이와 별도로 저소득 육아가구의 자녀 1인당 5만엔을 지급한다.

에너지 대책도 강화한다. LP가스를 이용하는 세대나 특별 고압으로 전력을 계약하고 있는 기업 등에 대한 보조를 임시교부금의 권장 메뉴에 추가해 지원을 촉진한다. 여기에 7000억엔을 추가해 임시교부금은 총 1조2000억엔이 될 예정이다.

급등하는 식량에 대한 대책으로는 배합사료 가격 급등에 대해 축산농가의 부담 경감책을 확충한다. 또 4월부터 수입 밀의 정부 매도 가격의 상승분을 본래 기준으로는 13.1% 오르지만 인상폭을 5.8%로 억제한다.

이밖에 코로나19 대응에 지자체가 사용하는 '긴급포괄지원교부금'을 늘린다. 총 2조엔이 넘는 예비비 지출에 대해 정부는 이달 중 각의(閣議·국무회의)를 열어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아사히는 "고물가 대책 재원으로는 국회의 사전 심의가 필요 없는 예비비가 쓰인다"는 점을 들어 "예비비는 코로나 사태의 긴급 대응으로 거액화됐고, 올해부터는 고물가 대책으로 용도가 넓어지면서 보정예산(補正予算·추가경정예산) 규모에 버금가는 예비비 지출이 상태화(常態化·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비는 긴급한 지출을 상정한 것이다. 나랏돈의 쓰임새를 정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없도록 일본헌법은 예산에 대해 국회의 사전 심의와 결의를 요구하고 있다. 긴급하게 돈이 필요할 경우 보정예산을 짜는 것이 원칙이고, 예비비는 재해 등 예기치 못한 예산 부족에 충당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아사히는 "그러나 이번 대책의 전제인 4월 이후 물가동향 등은 사전에 예견할 수 있는 것"이라며 "거액의 예비비가 '당연한 것'이 되는 것에, 야당은 국회에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입헌민주당의 한 참의원 의원은 "재정 민주주의를 무시한 예산 편성이 반복됐다"고 지적했고, 일본유신회의 한 중의원 의원은 "방만한 재정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예비비 지출을 강행한 배경에 대해 아사히는 "그래도 정권 입장에서는 임박한 지방선거를 위해 극진한 지원을 호소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이어 "여당 내에서는 일찍부터 '알기 쉬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자민당 중견 의원)' 라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23일 고시한 9도(道)·부(府)·현(?) 지사 선거를 앞두고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제때 한 것이다. 연말에 남은 예비비를 서둘러 쓰려는 정부 여당의 속셈도 엿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에는 5000억엔의 통상적인 예비비와는 별도로 코로나·고물가 대응에 4조엔, 우크라이나 위기 대응에 1조엔 등 총 5조5000억엔을 계상하고 있다.

다나카 히데아키 메이지(明治)대학 교수는 "예비비는 내각 서명으로 쓸 수 있는 백지 수표장과 같다"며 "조엔 단위의 예비비를 계상하는 것 자체가 헌법 취지에 어긋나므로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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