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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오세훈 "장애인에 '탈시설 선택권' 주는 게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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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1인1실' 장애인시설 시찰

서울시, 노인 안심돌봄가정 확충하고 단기돌봄시설 운영 계획

연합뉴스

코펜하겐 장애인시설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코펜하겐=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장애인 거주시설인 무스보어바이 쉬드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23.3.23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코펜하겐=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장애인에 탈시설 선택권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 시장은 2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둘러본 뒤 "재원이 허락한다면 탈시설은 장애인 본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제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은 탈시설 정책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시는 장애인의 선택권을 고려해 거주시설이 양립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견해차가 있다.

오 시장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게 절실한 사람이 있고, 어떤 분은 가족과 함께 있기를 원할 수도 있다"며 "일률적인 원칙을 정하고 한 방향으로 유도하기보다는 여러 경우의 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이날 방문한 '무스보어바이 쉬드'(Musvagevej Syd)는 다중장애와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장애인 시설이다. 32명이 거주하는 시설과 18명이 이용할 수 있는 데이케어센터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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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장애인시설 '무스보어바이 쉬드' 전경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인 공간은 1인 1실로 운영된다. 8명씩 4개동으로 나뉘어 24시간 지원받는다.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은 상주 근무자 70명을 포함해 총 150명이다. 장애인 한 명을 직원 3명이 맡는 셈이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각자의 방식대로 생활한다. 방 내부 장식을 원하는 대로 하고, 아침을 혼자 먹고 싶다면 혼자 먹는 식이다. 약을 먹기 싫다면 먹지 않아도 된다.

오 시장이 이날 만난 한 이용자는 거동이 불편하고 얼굴 근육이 마비돼 주로 눈으로 의사를 표현했지만, 화장실·침대·소파·싱크대 등이 있는 원룸 형태의 방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시설 이용료는 월세, 식비, 청소비 등을 모두 합해 한 달에 약 250만원이다.

이용자는 정부가 주는 장애연금으로 이 비용을 충당하고 부족하면 코펜하겐시가 보조한다.

시설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용자를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으로 봤다면 지금은 이용자가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직원이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며 "개개인의 자유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탈시설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에는 이곳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 거주시설 44곳이 있다. 이용자의 요구와 특성에 맞춰 중장기와 일시 거주시설 등으로 나눠 운영한다.

오 시장은 그러나 이같은 덴마크식 탈시설 정책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과거에는 시설에 수용된다는 개념이었고, 지금은 본인들이 원해서 여기에 있다는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제로 시설에서 생활한다는 점은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덴마크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관점에서 1인1실이 의미 있어 보이지만 따로따로 있는 게 모든 장애인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어떤 분들은 공간을 같이 쓰는 게 덜 외롭고 관리가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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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노인복지시설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코펜하겐=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인복지시설인 스트랜드마크세흐를 찾아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3.3.23 [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는 장애인의 사생활을 보장하면서도 고독감을 줄일 수 있도록 거주시설 기능을 개선하고, 지역사회 통합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거주 공간과 가까운 곳에 돌봄과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관을 집중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는 아울러 노인복지를 위해 기준 중위소득 150% 이하 노인을 위한 세대통합형 실버타운인 골드빌리지를 고덕양로원 부지와 서울혁신파크를 포함해 5개 권역별로 1곳씩 시범 조성한다.

골드빌리지는 공공임대주택 외에 체육시설, 종합복지관, 아동 돌봄시설, 북카페 등 주거복지공간이 함께 있는 형태다.

요양시설인 실버케어센터는 키즈카페, 키움센터, 문화체육시설 등을 함께 갖춘 복합화 시설로 조성한다. 배우자와 함께 사는 가족형 요양주택 모델도 개발한다.

시는 또한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출장, 경조사, 휴가 기간에 노인을 맡길 수 있는 시설인 '단기안심돌봄방'을 운영한다.

아울러 보호자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가정과 같은 돌봄 환경을 제공하는 안심돌봄가정(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5∼9명이 함께 거주하는 안심돌봄가정은 높은 임대보증금과 낮은 수가로 영세한 곳이 많았지만 시는 호텔급의 돌봄 환경을 제공해 서비스를 개선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기존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구립·비영리법인에 한 곳당 최대 2억9천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우선 문을 닫은 아파트 가정 어린이집과 선호도가 낮은 1층 주거 공간에 야외 텃밭을 갖춘 안심돌봄가정을 시범 도입한다.

조성 시 거실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유닛케어' 구조를 도입하고 가족이 방문할 때 가족과 함께 숙박할 수 있는 게스트룸이 마련된다.

시는 복지시설 확충에 따른 자치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요양시설을 건립하는 자치구에 주는 시비 보조금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대규모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기부채납) 사업을 추진할 때는 노인요양시설을 우선 선정할 방침이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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