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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후위기 대응하는 ‘탄소 포집·저장’ 기술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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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친절한 기자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30년 CCUS로 탄소 감축 11.2%

포스코인터·SK E&S 등 에너지 기업들 기술 확보 노력중


한겨레

2019년 5월2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포항분지 해상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이 가동을 멈춘 채 서 있다. 정부와 연구진은 2017년 이산화탄소 시험 주입을 마치고 본격적인 연구를 하려고 했으나 2017년 11월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연구를 중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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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Capture & Storage, Utilization) 전담법을 제정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90만톤을 감축하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같은 날 액화천연가스(LNG) 탐사·시추 사업을 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도 탄소 포집·저장(CCS)을 신사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은 무엇일까.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대표 물질인 이산화탄소는 공장 가동과 내연기관차 운행 등 산업 활동에서 배출되어 공기 중에 최대 200년까지 머문다. 이때문에 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현재 배출돼있는 탄소도 포집해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기술을 포괄해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이라고 부른다.

구체적으로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과 탄소포집·활용(CCU)로 나뉜다. CCS는 석유화학단지나 철강회사, 제조사 등 탄소발생 시설에서 탄소를 포집한 뒤 이를 선박이나 파이프로 운송해 해저와 같은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다시 주입하는 식으로 저장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탄소포집·활용은 한번 모은 탄소를 또 활용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탄소 감축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등은 포집된 탄소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보는 반면, 기후환경 진영에서는 탄소를 재활용할 경우 또다시 탄소가 공기중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냐며 우려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2일 글로벌 경제연구분석플랫폼인 ‘홀론 아이큐(Holon Iq)은 현재 전세계 탄소 기술 시장이 2021년과 비교해 지난해 300% 성장했고 그 중 절반이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관련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도 관심이 늘고 있다. 에스케이(SK)이엔에스는 2020년 사업을 시작한 호주 바로사칼디타 가스전을 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후발주자인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탄소 포집 저장 실력이 있는 외국의 기업을 인수할 수도 있다. 그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저감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모기업인 포스코홀딩스는 한국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가량을 차지한다. 또 지난해 8월 삼성·지에스(SG)·에스케이(SK) 등은 공동으로 말레이시아 폐광구에 국내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 선박으로 운송해 묻겠다는 장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6년 도입을 앞두고 있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세계 주요 기업들이 가입을 선언한 아르이100(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 사용하는 기업들의 캠페인)과 같이, 앞으로는 기업이 스스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추가 관세를 물거나 미래 시장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기업으로서는 탄소 배출량 저감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이 주목받는 또다른 이유는 수소 생산 과정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가장 많은 원소인 수소(H)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다. 물에 전류를 흘리면 수소와 산소가 분리된다.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물을 분해할 때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생산한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부른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전력원 비중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나 석탄을 이용해서 만든 전기로 수소를 만든다. 이를 ‘그레이수소’라고 하는데, 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사용해 탄소를 상쇄할 경우 그레이수소보다 탄소 배출을 적게하는 ‘블루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이 블루수소를 500만톤 생산할 계획이다.

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의 미래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실증 시험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경제성 확보를 위한 실증 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망은 엇갈린다. 산업계에선 국내 기업들도 2~3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기후·환경진영에서는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에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우려한다. 또 기술력을 확보한다고 해도 땅이 부족한 한국에서 탄소를 어디에 묻을 것이냐는 과제가 계속 남아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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