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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언론에 '화성 공장' 첫 공개한 램리서치···"삼박자 갖춘 K-반도체에 투자" [biz-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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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리서치 화성공장 언론에 첫 공개

5170㎡ 규모로 2021년부터 가동

첨단 공정용 식각·증착 장비 생산

작년 KTC 열어 국내 R&D도 강화

네덜란드 ASML·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기업 韓 생산거점 확대 주목

세액공제 8→15% 올린 K칩스법 상임위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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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화성 공장. 언론에 최초로 공개된 이 공장에서 방진복을 입고 에어 샤워를 거친 뒤 진입한 클린룸은 마치 차원이 다른 공간 같았다.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8m 층고와 미세한 입자를 잡아내는 통풍구의 ‘윙’ 하는 소리가 눈과 귀를 압도했다. 이 클린룸의 중간을 가로지르는 통로 양 옆으로는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는 개별 공간인 수십 개의 ‘베이(Bay)’가 자리 잡고 있다.

노란색 철골 기둥으로 구분한 각 베이 안에서는 엔지니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반도체 공정용 ‘식각’ 장비를 만들고 있었다. 엔지니어들은 300㎜ 웨이퍼가 놓이게 될 그릇 모양의 ‘챔버’ 아래에 가스량을 조절하는 밸브·파이프·전선 등 복잡하게 설계된 부품을 능숙하게 조립했다. 램리서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식각 장비 제조 분야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시장의 강자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램리서치의 주력 장비를 한국 엔지니어들이 만들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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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각 장비 제조 공간 끝까지 걸어가 귀퉁이를 도니 증착 장비 라인이 등장했다. 차세대 장비로 각광받는 원자층증착(ALD) 장비 제조도 눈에 띄었다. 엔지니어들은 2교대 근무로 24시간 클린룸 불을 상시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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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반도체 장비사 램리서치, 韓 첨단 제품 생산 지속 확대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 화성 공장은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미국 램리서치의 한국 생산 법인이다. 회사는 경기 화성은 물론 오산·용인시에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는 가장 최근인 2021년 하반기부터 운영을 시작한 화성 공장에 큰 관심을 가진다. 화성 공장의 면적은 1층 4166.4㎡, 2층 1004.4㎡ 규모다. 이 공장 운영 이후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의 생산 능력은 2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곳에서 생산하는 식각·증착 장비는 국내 대형 반도체 회사에 그치지 않고 미국·대만 등 세계 곳곳으로 선적된다는 사실이다.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10나노급 첨단 D램용 최첨단 식각·증착 장비로 추정된다.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를 총괄하는 이체수 사장은 “이곳에서 만든 장비들은 글로벌 유력 반도체 회사의 최첨단 공정 라인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우리는 내수 시장용 공급사가 아니라 ‘글로벌 서플라이어’로서 발돋움하는 중”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램리서치 미국 본사에서도 이 공장을 극동 아시아 어딘가에 있는 공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성 공장 운영과 함께 램리서치매뉴팩춰링코리아의 매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회사의 매출은 2021년도 4470억 원이던 것이 2022년도에는 72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1년 새 매출이 61%나 증가한 셈이다. 램리서치는 국내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개발(R&D) 인프라도 강화했다. 지난해 R&D 거점인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KTC)를 열면서 국내 반도체 장비 개발까지 속도를 올리는 것이다.

램리서치가 한국 반도체 생태계 내 입지를 강화하는 이유에 대해 이 사장은 "고객사 근접 대응, 우수 인력 확보, 반도체 공급망 등 세 가지 유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벌어진 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세계 최대 고객사 요구에 보다 발빠르게 대응해 리스크를 줄인다는 전략도 함께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는 램리서치 외에도 네덜란드 ASML·ASM, 일본 도쿄일렉트론·고쿠사이일렉트릭 등 회사들이 새로운 R&D 센터와 생산 거점을 한국에 속도감 있게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램리서치처럼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가 한국에서 생산·연구 인프라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고급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와 인재 양성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외산 장비사들이 한국에 둥지를 틀면 우수한 반도체 기술이 들어오면서 첨단 분야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환경에서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해 각종 지정학적 문제에 유리하게 맞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세액공제 8% → 15%···K칩스법 상임위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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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기업의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를 최대 15%까지 확대하는 ‘K칩스법’으로 알려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단지 조성 활성화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율을 상향하는 조특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대기업의 세액공제를 8%까지 상향하는 법안이 통과된 지 3개월 만에 추가 인상에 여야가 합의한 것이다. 개정안은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에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설비 투자를 할 경우 대기업·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현행 16%에서 25%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에 한해 신성장·원천 기술과 일반 기술 투자에 세액공제 비율을 2~6%포인트 높이는 한편 투자 증가분의 10%포인트를 추가로 공제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도 포함됐다. 국가전략기술에는 반도체·2차전지·백신 및 디스플레이와 함께 수소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이동 수단도 추가로 명시됐다.

한편 당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은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조만간 △산단 복합 용지 도입 절차 간소화 △네거티브존(업종특례지구) 활성화 방안이 담긴 산단 입지규제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 빠른 투자 유치를 위해 클러스터 조성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혁신안에는 소규모 복합 용지는 개발 계획 변경 없이 신설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산단 입주 업종 요건을 크게 낮추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통상 6개월이 소요되는 행정절차를 생략해 시간·비용을 절약하고 업종 유연성 또한 제고해 산업 간 융합을 장려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혁신안이 적용될 경우 삼성전자가 경기도 용인에 300조 원을 투자할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약 1년 안팎의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산단 입주 업종을 5년 주기로 재검토하고 자동차 정비·튜닝 등 서비스업 입주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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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강해령 기자 hr@sedaily.com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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