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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제2 리먼사태'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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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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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의 기억은 씁쓸하기만 하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2007년 당시 경제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성장률 5.5%, 소비자물가 상승률 2.5%, 경상수지 118억 달러 흑자로 거시 경제 지표가 좋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섰다. 종합주가지수는 처음으로 2000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도 900원으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하지만 2008년에 들어서면서 세계 경제가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의 주택담보 대출과 관련된 신용 파생상품이 부실해진 것이 뇌관이 됐다. 금융기관의 부실 규모가 커지고 그 해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 위기가 본격화했다.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파급됐다.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 무역량이 줄면서 전 세계가 동반 침체를 겪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물가가 오르고 내수는 침체됐다. 성장률은 2008년 2.8%,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7%였고, 경상수지 흑자는 32억 달러로 급감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11월 1500원을 넘었다. 2009년은 경제성장률이 0.7%였다.

2023년 세계 경제는 다시 위험 요인에 직면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소비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식량과 가스 파동,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등이 겹치면서 침체를 지속해 왔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후유증을 치유하기 위해 각국이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세계 경제는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이달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에서 두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쓰러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SVB 파산은 코로나 위기 때의 초저금리에 힘입어 급등했던 채권 등 자산 가격이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급락하면서 일어난 후폭풍이다. CS는 SVB 등 미국 지역은행 연쇄 폐쇄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자 뱅크런이 발생하면서 파산 위기를 맞게됐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인수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 불안 우려는 여전한 상태다.

국내 금융권도 술렁이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채 리스크와 부동산 급락, 경상수지 악화 등 가뜩이나 내수와 수출 모두 회복 사이클을 타지 못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 SVB와 CS 사태가 터져 나왔으니 걱정이 클 만도 하다. 일각에서는 '제2의 리먼 사태 경고등'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거시 지표 상으로 한국 경제는 2008년 리먼 사태 이전 때보다 더 안좋은 상황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6%에 그치고, 소비자물가는 3.6%로 전망했다. 올해 1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통계를 작성한 1980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3만2661달러로 3만5000달러에 못미쳤다. 원·달러 환율도 1310원대를 왔다갔다하고, 코스피지수도 2400선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는 주요 국가들이 힘을 합쳐 무역 개방과 재정·금융 정책 공조로 타개했다. 이제는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의 패권 경쟁으로 과거와 같은 국제 협력이 쉽지 않다. 둑은 한번 무너지면 막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그려놓고 치밀한 대응 전략을 짜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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