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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모든 것이 완벽했던 일본의 만화 같은 우승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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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완벽했다. 일본의 WBC 대회 통산 2번째 우승은 만화 같은 우승 스토리 그 자체였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이끈 일본 야구대표팀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과 결승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일본은 2006년, 2009년에 이어 대회 통산 3번째, 14년 만에 WBC 우승컵을 다시 들어올렸다.

동시에 일본은 2006 WBC 초대대회부터 치러진 총 5번의 대회에서 5연속 4강에 오른 유일한 팀으로서 우승 3회, 3위 2회라는 WBC 역대 기록을 갖게 됐다. ‘야구 종가’이며 세계 최고의 야구리그인 메이저리그를 운영중인 미국도 우승 경험이 2017 WBC 대회 한 차례밖에 없다.

매일경제

사진=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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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야구 월드컵’을 추구하는 WBC를 통해 일본이 단일 국가로서는 ‘야구 최강국’이란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것에서 이번 우승의 의미가 컸다.

대회 우승의 과정도 만화 그 자체였다. 일본은 조별리그 4경기, 8강, 4강, 결승까지 대회 7경기를 7전 전승으로 마친 대회 유일한 무패의 우승팀이다. 투타의 지표도 압도적이었다.

일본의 7경기 팀 평균자책은 2.29로 1라운드에서 탈락해 4경기만 치른 도미니카 공화국(2.73)을 크게 앞서는 압도적인 1위였다. 피안타율 0.194/WHIP(이닝 당 출루허용률) 0.87등 세부 지표도 모두 최고였다. 누구 한 명이 돋보인 수준이 아닌 마운드 전체가 대회에서 가장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줬다.

타격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팀 OPS는 0.961로 한국(0.967)에는 뒤지고 미국(0.947)에는 앞선 2위를 기록했다. 1라운드에서 중국을 상대로 22-2로 역대 최고 점수차로 승리한 한국을 차치하고서라도 대회 최강의 공격력을 보여준 미국의 화려함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0.459(1위)라는 엄청난 팀 출루율을 바탕으로 9방의 홈런을 더해 매 경기 승리에 필요한 점수는 반드시 내는 효율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팀 케미와 서사도 완벽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본은 일찌감치 ‘대회 우승컵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명목하에 오타니 쇼헤이-다르빗슈 유-요시다 마시타카 등 현역 메이저리거와 일본계 미국인 출신 라스 눗바를 비롯한 해외파 구성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거기다 무라카미 무네타카, 사사키 로키, 야마모토 요시노부, 이마나가 쇼타 등의 일본 최고의 선수들을 모두 소집했다. 불펜에는 지난 시즌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마무리 투수가 4명이나 될 정도였다.

이들은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일본 대표팀의 이름하에 하나로 똘똘 뭉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회 MVP에 오른 ‘리더’ 오타니의 투혼. 메이저리그 MVP에 오르며 세계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오타니는 이번 대회를 통해 투타에서 모두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우승을 앞장 서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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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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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는 타자로서 7경기 출전, 타율 0.435 10안타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투수로선 2번의 선발, 1번의 마무리로 등판해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를 기록했다.

미국전 9회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로 등판, 무키 베츠를 병살타,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우승을 스스로 확정 짓는 장면은 마치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과 같았다. 일본 리그에서 성장해 어느덧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된 오타니가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었기에 일본 야구팬을 넘어, 일본 전역이 들썩했을 정도였다.

일본 대표팀의 최고참 다르빗슈도 소속팀의 만류에도 참여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궂은 역할을 도맡았던 것은 물론, 팀 동료들에게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하고 오타니와 함께 회식도 개최하는 등 리더다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부터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뛰게 된 요시다 역시 13타점을 올리며 역대 한 대회 최다 타점 기록을 경신하며 그라운드에서 타선을 이끄는 리더다운 활약을 했다. 5년 9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몸값을 받고 빅리그에 진출한 요시다의 작별 선물이었다.

그 외에도 대회 내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던 일본인 최다 홈런의 주인공 무라카미가 준결승 끝내기 적시타와 결승전 동점 홈런을 때려내는 반전 드라마를 썼고, 또 한 명의 일본의 차세대 거포 오카모토 가즈마도 중요한 순간마다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또한 마운드에서도 일본의 차세대 최고 투수로 꼽히는 야마모토와 사사키를 비롯해 대회 생소한 보직과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투수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내며 완벽한 팀 케미와 활약을 보여줬다.

이처럼 일본의 우승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탄탄한 실력과 기본기, 그리고 하나로 뭉친 열망에서 기원한 만화같은 스토리의 결과였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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