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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C컷] 선행학습이 없던 시절 아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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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사진가 김기찬의 사진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

조선일보

김기찬 사진가의 골목안 풍경, 서울 1973-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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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들이 작은 칠판에 간단한 산수 문제를 적어놓고 퀴즈 풀이를 하고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한다는 ‘선행 학습’이란 단어조차 없던 1974년 서울의 어느 골목안 풍경은 작고한 사진가 김기찬의 사진이다. 답을 안다고 손을 번쩍 든 아이들보다 몰라서 쑥쓰러워하는 아이들이 더 많지만 문제를 낸 아이의 표정은 즐겁다.

추억이 돋는 1970년대와 80년대 서울의 골목길 풍경들은 1968년부터 30여년 동안 서울의 골목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김기찬의 사진들이다. 사진가의 ‘Again 골목안 풍경 속으로’ 전시는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인사동의 인덱스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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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사진가의 골목안 풍경, 서울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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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TV 상자 안에서 노는 아이들은 마치 텔레비전에 나온 것처럼 좋아하고, 트럼펫을 연주하는 어른 앞에서 아이는 시끄럽다며 귀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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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사진가의 골목안 풍경, 서울 중림동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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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 업은 동생이 힘들지도 않은지 누나는 잇몸을 드러내며 활짝 웃고, 발목까지 눈이 쌓인 한 겨울날에도 집배원 아저씨는 기다리는 누군가의 편지를 배달하러 어느 곳이라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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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사진가의 골목안 풍경, 서울 중림동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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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겹고 친근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표정들을 사진가는 어떻게 찍을 수 있었을까?

김기찬은 어느날 회사 선배로부터 ‘사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데에 있다’는 말을 듣고 작은 카메라를 들고 출퇴근을 시작했다. 집에서 가까운 서울중구 중림동의 골목을 들어섰을 때 자신이 어릴 적 살던 종로구 사직동 골목과 비슷해서 마치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후 사진가는 틈나는 대로 골목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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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사진가의 골목안 풍경, 서울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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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처음엔 부끄러워서 주민들 앞에 카메라조차 꺼낼 수 없었지만, 매일 카메라를 메고 오는 사진가를 알던 골목에 살던 아이들과 주민들은 사진가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았고, 김기찬은 그런 어린이들과 주민들의 평범한 모습들을 기록으로 남은 것이다. 김기찬은 언젠가 이 골목들도 사라질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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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사진가의 골목안 풍경, 서울 1973-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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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 2015년 겨울 국내 1세대 원로사진가였던 고 김한용 선생을 인터뷰 한적이 있다. 6.25 전쟁때는 종군사진기자였으며, 역대 대통령들과 기업인들을 촬영하고 한국 영화계의 스틸사진과 광고사진계를 개척했던 그는 기자에게 “하루 4시간씩 자면서 남보다 3배는 더 일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사진가 김한용도 “나도 수십년 사진을 열심히 찍었지만 김기찬의 사진을 보면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한 것들이 사진에서 보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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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사진가의 골목안 풍경, 서울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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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진가 김기찬/ 갤러리인덱스 제공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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