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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세살배기 딸 성폭행·살해 누명 썼던 美아빠 '안타까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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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딸 살해 누명을 벗고 시카고 윌카운티 법원을 걸어나오는 케빈 폭스. 시카고 트리뷴 화면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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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배기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던 비운의 미국 남성이 교통사고로 숨을 거뒀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20년 전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시카고 남성 케빈 폭스(46)가 지난 20일 오후 아칸소주의 농촌 센터빌 인근의 고속도로에서 운전하고 가다가 중앙분리대를 넘어온 차량과 정면충돌해 사망했다.

폭스는 시카고 교외 윌 카운티에 살던 2004년 6월, 자택에서 잠자고 있던 당시 세 살배기 딸 라일리가 갑자기 사라져 자택 인근 개울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악몽을 겪었다. 라일리는 성폭행을 당하고 덕트테이프로 묶인 채 개울에 버려져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폭스를 딸 살해·성폭행 혐의로 기소·수감했다. 검찰은 폭스가 동영상을 통해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딸이 방 문에머리를 부딪혀 숨졌고, 납치로 꾸미기 위해 시신을 유기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폭스는 “강압 수사·유도 신문으로 인해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며 항소했고, 뒤늦게 실시된 유전자(DNA) 분석 결과, 범인이 아닌 사실이 입증돼 8개월 만에 출소했다.

결국 검찰은 6년 만인 2010년 폭스 가족의 이웃에 살던 성범죄·강도 전과자 스콧 에비(51)를 용의자로 검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에비는 당시 술과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폭스 가족의 집을 털기 위해 방충망을 찢고 들어갔다가 잠들어 있는 라일리를 발견, 성추행을 목적으로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에비는 “라일리가 숨지기 전 ‘아빠에게 데려다 달라’는 말을 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유죄 확정 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시카고 트리뷴은 사건 발생 당시 라일리 사체를 수습한 곳 근처에서 재소자용 신발 한 켤레가 나왔고 그 안에 에비의 이름이 적혀있었으나 수사 당국은 이를 간과했다고 전했다.

또 폭스 변호인단은 “초동 수사 당시 DNA 검사·분석을 요구했으나 거절됐다”고 주장했다.

폭스는 2007년 윌 카운티 사법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800만 달러(약 10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후 폭스는 아칸소주로 이주, 재혼해서 세 자녀를 낳고 개인사업을 운영하며 살았다고 시카고 NBC방송은 전했다.

한편 아칸소주 경찰은 “교통사고 당시 현장 인근 날씨는 맑고 건조했다”며 픽업트럭을 몰고 가던 폭스와 사고를 낸 승용차 운전자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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