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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머니톡톡] 엔화 가치 급등에 엔테크 열풍… “변동성 커 투자 신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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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센터에서 관계자가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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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 기조 변화 기대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의 불안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며 엔화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당분간 엔화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융시장의 여러 변수가 작용하면서 환율 변동이 심한 상황이라 환차익을 노린 접근이 쉽지 않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기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달러·엔 환율)은 한 달 새 2.69% 내려 131.3을 기록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약 8.9% 내렸다. 달러·엔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하나은행의 매매 기준 엔화 대비 원화 환율(원·엔 환율)은 지난 20일 오후 100엔당 1003.25원에 거래되며 장중 1000원 선을 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00엔당 928원대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엔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기준 환율인 미국 달러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계산해 재정(裁定)환율을 낸다. 21일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7.9원 올라 1310.1원에 마감했다.

SVB와 CS 사태가 빠르게 수습됐지만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커진 안전자산 선호 수요가 여전히 엔화로 유입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승혁 NH선물 애널리스트는 최근 엔화 강세에 대해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여전한 영향이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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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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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서도 엔화 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로 엔화 및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외환 시장 변동성이 커 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세계 금융 기관과 전문가들은 일본의 통화 정책 변화를 점치며 일본 엔화가 강세를 띨 수 있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는데, 실제 일본이 통화 정책을 바꿀지 미지수다.

만약 일본중앙은행(BOJ)이 수년간 엔화 약세를 지속시킨 저금리 정책 ‘아베노믹스’를 철회해 금리를 상향 조정하면 엔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BOJ는 “정책 변화 지연에 따른 위험보다는 섣부른 정책 변화에 따른 위험이 더 크다”고 평가하며 통화 완화 정책을 지속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엔테크 수단으로 엔화예금, 엔화ETF, 일본 주식 투자 등이 있다. 엔화예금통장은 금리와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오로지 환차익만 기대하고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의 외화예금 금리를 보면 엔화는 0%이고, 미국 달러는 4.3~4.6%대다.

국내에서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일본엔선물 ETF’에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개인의 매수가 이어졌는데, 현재까지 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지난 20일 기준 이 ETF의 6개월 수익률은 1.93%, 3개월 수익률은 2.05% 1개월 수익률은 2.98%, 1주일 수익률을 2.77%다. 만약 1년 전 이 ETF에 투자했다면 손실 구간(-3.47%)에 있다.

국내 증권사를 통해 일본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다. 원화를 엔화로 바꿔 일본 주식을 직접 매입해야 하며 100주 단위로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일본이 초저금리 정책을 언제 끝낼지는 미지수지만 엔화 약세 속에서 실적이나 기술 면에서 성장성과 잠재력이 있는 일본기업을 발굴해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는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분할·적립 매수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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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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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불확실한 변수들이 많아 단기 환차익을 노린 접근과 자산을 한 번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환테크는 긴 호흡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관점에서 분할·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게 낫다.

실제 최근 외환 시장은 미국과 유럽의 세계 금융시스템 위기 확산 우려와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 정책에 관한 각종 변수와 엇갈린 해석이 뒤엉키면서 온도도 즉각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이은 크레디트스위스(CS) 건전성 위기 등으로 불안이 고조되자 미국 달러화가 치솟다가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CS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달러 강세 흐름이 다시 진정되는 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다음 달 8일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퇴임 등을 전후로 금융 시장이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면서 “현시점에서는 주요 이벤트 결과를 기다리며 시장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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