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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자수첩] 간편결제 시장서도 '甲'…애플페이 도입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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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세계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은 IT업계에서 '슈퍼 갑(甲)'으로 통한다. 스마트폰부터 무선이어폰, 스마트워치, 노트북 등 제품을 내놓기만 하면 열띤 호응을 얻는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간편결제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4년 첫선을 보인 애플페이는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 세계 간편결제 시장에서 애플페이는 결제규모 6조 달러로, 비자(10조 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로서 애플페이는 현대카드 이용자만 사용이 가능하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다른 카드사에서도 출시가 가능해졌지만, 아직 다른 카드사의 참여가 없는 상태다.

국내 소비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려온 서비스인 만큼 출시 초반 호응은 상당하다. 애플페이 출시 첫날 가입자 수는 1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21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애플페이 토큰 발행이 1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며 "애플 팀은 '역대 최고 기록'이라는데, 구체적인 의미와 기준은 천천히 살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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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사진=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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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무색한 듯 한켠에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애플페이 도입으로 가맹점과 카드사, 나아가 소비자까지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그간 인프라 문제로 인해 국내에 도입되지 못했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지는데, 국내 카드결제 단말기는 대부분 마그네틱보안전송(MST)이나 집적회로 스마트카드(IC)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미만이다.

이에 따라 가맹점은 한 대당 10만~15만원에 이르는 NFC 단말기 구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앞서 현대카드는 NFC 단말기 보급 확대를 위해 NFC 단말기 보급 지원 계획을 밝혔는데, 부당 보조금 논란이 일었고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일단락됐다.

애플은 애플페이 결제액의 0.10~0.15% 수준의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고 있기도 하다. 삼성페이의 경우 지난 2015년 도입 후 현재까지 별도의 수수료를 물리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카드사가 애플페이와 관련된 수수료 등의 비용을 고객(약관에 반영) 또는 가맹점(기존 법령해석)에 부담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 박은 상태다.

이에 당장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카드사가 수수료 부담이 커질 경우 할인이나 포인트 혜택을 줄이는 등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애플페이' 도입 과정을 보면 애플보다 국내 카드사와 가맹점이 더욱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애플'이라는 막강한 브랜드를 위해 부담을 떠안는 듯하다.

과거 애플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를 전가했던 일과 겹쳐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변에서 알아서 해주는, 노력에 비해 많은 수익을 거두는 '슈퍼 갑'의 모습을 보자니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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