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군 장교로 22년, 이젠 드론 전문가 됐다…40대의 재취업 성공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해 12월 충북 충주시의 한국교통대 캠퍼스에서 복지경영학과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한국교통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력만 중요한 줄 알고 살았는데, 사회에서 진짜 필요한 건 기술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22년간 군 장교로 복무하다 지난해 전역한 박장은(46)씨는 이달 27일부터 ‘산업로봇 전문가’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군 복무를 마치고 전직을 준비하던 박씨는 4차 산업분야로 재취업을 도와주는 ‘매치업(Match業)’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매치업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4차 산업 분야 직무 향상 프로그램이다.

박씨는 동서울대와 LIG넥스원이 공동 주관하는 드론 전문가 과정을 이수했다. 산업로봇 관련 기업에 면접을 볼 때 이런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박씨는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있으니 단순 이직을 하면 관리직으로 쉽게 일할 수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기술을 갖고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며 평생교육·평생학습이 주목받고 있다. ‘20살 대학 입학’ ‘대학 졸업하면 공부 끝’ 이라는 기존 학령기 개념도 사라지는 추세다. ‘리스킬(Re-Skill)’ ‘업스킬(Up-Skill)’과 같은 평생 재교육·향상교육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학력 보완이나 여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산업·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평생‘직업’교육이 필수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대·전문대, 맞춤형 평생교육 지원…만학도 선호 학과 운영



중앙일보

교육부의 평생학습 지원방안 자료 중 일부. 교육부 제공


평생교육에 맞춰 먼저 변신하는 곳은 지방대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타를 맞은 지방대에 평생교육은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대는 성인학습자를 위한 미래융합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선취업 후학습’이라는 모토로 복지경영학과·스마트철도교통학과 등 만학도가 선호하는 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교통대 복지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임모씨는 “고교 졸업 후 5년간 근무하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막막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평생교육’이라는 문구를 보고 입학을 결심했다”며 “수강 신청부터 시험까지 모든 게 처음이라 어렵고 막막했는데, 지금은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전문대학도 성인학습자 전담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부산과학기술대는 올해 정원내·외 입학생 1283명 중 60.7%(779명)가 만학도다. 간호학·치위생과를 제외하고 수업료 절반을 감면하는 ‘만학도 장학금’을 운영하는 한편 지역 주민센터·전통시장에 만학도 전담센터를 설치해 홍보한다. 올해도 풍수명리복지과, 시니어연기모델과 등 수요조사를 통해 만학도가 선호하는 학과를 신설했다.

지난해 12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직 대학의 교육환경은 학령기를 주 대상으로 하는 학위과정 중심”이라며 “대학이 재직자 등의 재교육·향상교육을 위한 양질의 교육을 적극 담당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5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2023~2027년)에 따라 교육부는 2027년까지 대학 비학위과정 200개, 한국형 커뮤니티 칼리지 30곳을 구축하기로 했다.



교육부, 3050세대 ‘평생교육 휴가제’ 검토



중앙일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5차 평생교육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인의 교육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도 필요하다. 국가평생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생교육 불참 요인 1위로 ‘직장 업무로 인한 시간 부족(40.3%)’이 꼽혔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신모(38)씨는 “챗GPT, 코딩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해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보니 관련 책만 사게 된다”며 “아무래도 책으로 혼자 공부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쉽게 포기하게 된다”고 했다.

교육부는 3050 세대를 위한 평생교육 휴가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생학습 휴가가 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기업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일수와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교육부의 평생학습 지원방안 자료 중 일부. 교육부 제공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합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은 “교육부, 고용부 등 각 부처에서 분절적으로 추진되는 평생교육·직업교육훈련 서비스를 국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부총리 중심의 평생학습 관리 체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