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전두환 기념비도 철거 싸고 찬반 논란
경기 동두천 소요산 관광지 내에 있는 옛 성병관리소. 동두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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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경기 동두천시에서 운영됐던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경기 포천시에서도 '전두환 공덕비' 철거를 둘러싼 논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대사의 불편한 장면을 상징하는 시설물은 분명하지만, 이를 보존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동두천시, 소요산 관광지 흉물 옛 성병관리소 매입
동두천시는 지난달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 27년째 방치된 옛 성병관리소 건물과 토지를 29억 원을 들여 매입했다. 소요산 공영주차장과 붙어 있는 옛 성병관리소는 6,408㎡ 부지에 지상 2층(연면적 670㎡) 콘크리트 건물로 민간 소유였다. 1996년 폐쇄 이후 오랜 기간 방치돼 벽면이 무너지고 곰팡이까지 생겨 지역사회의 대표적 흉물로 지적돼 왔다.
1973년 문을 연 성병관리소는 미군 상대 성매매 종사자들 성병 관리를 위해 정부가 만들었다. 6·25 전쟁 이후 미군기지가 들어선 동두천 일대에는 미군 상대 성매매 업소가 한때 200여 개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이 성병 검진을 이유로 강제로 끌려와 비인간적 대우를 받았던 인권 유린의 장소였다. 철창에 격리된 여성들 모습이 동물원에 갇힌 원숭이 같다고 해서 당시 미군들 사이에선 ‘몽키하우스’로 불릴 정도였다.
“아픈 역사 청산” vs “보존 가치 충분”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관광지 내 있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 동두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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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을 위해 관광지 내 성병관리소 부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흉물을 없애 달라”는 지역민들의 오랜 민원 해결 목적도 컸다. 김용일 동두천시주민자치협의회장은 "기지촌의 부끄러운 역사를 지우고, 소요산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해당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 건물 철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하지만 지역 진보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존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등은 “미군 위안부 역사를 지워서는 안 된다”며 "전국적으로 흔적을 찾기 어려운 성병관리소 건물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김 협의회장은 "주민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구보존 주장이 나와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오는 11월 소요산 발전 연구용역결과가 나오면 시의회와 지역 주민,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활용방안을 확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두환 찬양 논란 비석도 애물단지로 방치
찬반 논란이 계속된 호국로 기념비가 포천시 초입 43번 국도변에 서 있다. 이종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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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에 있는 이른바 ‘전두환 공덕비’도 수년째 존폐를 놓고 찬반이 갈리면서 어정쩡한 상황에 처해있다. 포천 초입 43번 국도 변에 있는 ‘호국로 기념비’는 1987년 12월 국도 43번(의정부~포천) 완공을 기념해 높이 5m, 폭 2m 크기로 세워졌다. 하지만 비석 아래 현판에 “전두환 대통령 각하 분부로 시행한 공사로서 ‘호국로’라 명명하시고 글씨를 써 주셨으므로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전두환 공덕비’로 불렸다. 이에 진보 시민단체들은 “광주 민간인 학살 주범의 뜻을 찬양하라는 것이냐”며 철거를 요구했고, 포천시도 2021년 철거를 집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수 시민단체들이 “모든 역사는 명과 암이 있듯이 기념비도 보존 가치가 있다”며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반발하자 시도 철거를 하지 못했다. 이후 기념비는 현판이 뜯겨 나가는 등 일부가 훼손된 채 애물단지로 방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견을 좁히는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연구교수는 “불편한 역사적 공간이더라도,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기억을 남기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위해 해당 지자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견을 좁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포천시 호국로 기념비 아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의 현판. 지금은 뜯겨져 포천시에서 보관 중이다. 이종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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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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