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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79] 스위스의 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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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하면 알프스의 청명한 하늘과 산, 푸른 초원과 맑은 호수가 떠오른다. 자연스럽게 이런 환경에서 생산되는 우유, 치즈, 초콜릿, 퐁뒤(Fondue)나 라클레트(Raclette) 같은 음식도 연상된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 속에 심어진 집들은 하나같이 발코니가 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조경이 아름답다. 유심히 바라보면 기계 위에 올라앉아서 잔디를 깎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가파른 경사지를 타고 오르내리며 잔디를 깎는 기계의 구동력에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 기계 한 대의 값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지만 웬만한 집에서 모두 한 대씩 구비하고 있다. 과연 부자 나라답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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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업 같은 일차산업과 더불어 스위스가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분야가 바로 엔지니어링이다. 명문 취리히 공과대학이나 로잔 공과대학의 교육 경쟁력도 든든한 배경이다. 스위스의 공업 기술은 ‘스위스 칼’로 알려진 빅토리녹스(Victorinox)부터 각종 운송 수단, 중장비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계 정밀공업은 여러 다른 장치에도 골고루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시가 바의 테이블 위에 놓인 초미니 연기 흡입기는 바로 옆 테이블로도 연기가 넘어가지 않을 만큼의 성능을 보여준다. 그리고 예쁘다. 도심의 대중교통에는 휘발유를 사용하는 버스보다 전기 버스와 전차가 많다. 환경보호를 위해서 시골 마을에서도 전기차와 케이블카, 산악 열차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이런 차량들 모두 탁월한 성능과 디자인,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을 자랑한다. 경사지가 많은 산간 마을에는 언덕을 오르내리기 편한 엘리베이터 장치들도 잘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경사도 극복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자랑한다. 도시와 시골 모두에서 산과 호수, 초원에 돌아다니는 기계들은 그 배경의 자연과 꽤 잘 어울린다.

스위스는 농업과 제조업, 그리고 디지털과 인공지능까지 첨단 산업 모두를 최고급으로 유지하는 대표적 강소국이다. 올해 우리나라와의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여 늘 앞서나가는, 다소 부러운 스위스의 깨끗한 환경과 기술, 디자인을 생각해 본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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