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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영화에선 킬러-엄마, 현실에선 배우-엄마… 이중 생활 익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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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서 킬러 변신 배우 전도연

“마음은 날아다니는데 몸 안 움직여

몸 부서지더라도 해내야 한다 생각”

동아일보

영화 ‘길복순’에서 청부살인 업계 특A급 킬러인 복순(전도연)이 의뢰받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 메이드로 위장하고 한 손에 총을 든 채 다가가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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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이는 건 심플해. 애 키우는 거에 비하면.”

배우 전도연(50)이 킬러로 변신했다. 3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그는 청부살인 업계의 전설적인 킬러이자 사춘기 딸을 키우는 엄마 길복순을 연기했다. 전도연의 첫 액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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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길복순’에서 복순(전도연·오른쪽)이 사춘기 딸 재영(김시아)과 멀찍이 떨어져 TV를 보고 있다. 복순은 밤에는 킬러지만 낮에는 말 안 듣는 딸의 엄마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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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21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전도연은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은데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액션 영화를 제안 받아 기뻤다”고 했다. 이어 “잘할 수 있을지 두려웠지만, 해내야 한다고 스스로 세뇌를 많이 했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겉으로 보기엔 이벤트 회사이지만 청부살인 업계 1위인 MK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킬러 길복순이 재계약을 앞두고 다른 킬러들과 얽히며 한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밤에는 킬러지만 낮에는 말 안 듣는 사춘기 딸 재영(김시아)과 입씨름하는 설정이 흥미롭다.

연출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킹메이커’(2022년)의 변성현 감독이 맡았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배우를 캐스팅하는 일반적 순서와 다르게 ‘길복순’은 전도연을 캐스팅한 뒤 시나리오를 썼다. 변 감독은 “전도연 배우의 오랜 팬이었고 그를 출연시키기 위해 만든 영화”라며 “(전도연의 출연작 중에선) 무겁고 좋은 작품이 많아 측면승부를 하자는 마음으로 액션 영화를 택했다. 배우 전도연 필모그래피에 액션 영화가 없어서 액션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킬러를 연상케 하는 ‘길(Kill)’ 씨에 ‘복순’은 전도연 이모의 실제 이름이다. 변 감독과 이야기하던 중 전도연에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휴대전화 화면에 뜬 이름이 인상 깊어 따왔다고 한다.

엄마이자 킬러라는 설정은 전도연의 실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변 감독은 “대화를 나눠 보니 엄마 전도연과 배우 전도연의 간극이 컸다. 사람을 키우는 직업과 죽이는 직업으로 치환하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 전도연에게는 중학교 3학년 딸이 있다. 전도연은 “아이 엄마와 배우로서의 삶,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서 (길복순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데 큰 이질감은 없었다”고 했다.

전도연에게 촬영 내내 이어진 강도 높은 액션은 큰 도전이었다. 전도연은 “마음은 날아다니고 싶은데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 때문에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며 “잘하고 싶어서 몸이 좀 고장 나더라도 쉬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극복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MK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을 맡은 설경구(차민규 역)는 “전도연은 역시 전도연”이라면서 “한계를 넘으려는 모습이 안쓰럽고 걱정됐는데 결국 그 한계를 넘더라. 전도연만이 할 수 있는 액션”이라고 했다. 구교환은 길복순의 후배인 킬러 한희성 역을, 이솜은 차민규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동생 차민희 역을 맡았다.

영화는 지난달 열린 제73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메인 섹션인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배우들의 화려한 액션 연기와 변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눈을 사로잡는다. 사람을 죽이는 일과 아이를 키우는 일을 병행하는 길복순이 엄마로서 겪는 마음의 변화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처음 베를린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전도연은 “길복순이란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의 성격과 맞을지 궁금했는데 시사 후 관객들 반응이 감동적이었다. 믿기지 않을 만큼 황홀했고 놀라웠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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