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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美 반도체 가드레일 ‘최악’ 피했지만 ‘추가 규제’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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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코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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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내건 ‘가드레일’(안전장치)의 세부 규정을 공개했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을 5%까지만 증산하도록 제한한 게 핵심이다. 전면 금지는 아니어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철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다음 달 새로운 반도체 수출 규제를 내놓기로 하는 등 대중(對中)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위기는 여전하다.

미 상무부가 21일 발표한 가드레일 세부 규정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5%까지만 확장할 수 있다. 생산능력은 웨이퍼(반도체 원판)로 측정돼 기술 개발을 통해 한 장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큰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10년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5% 상한을 맞추려면 중국 공장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생산 전진 기지로 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의 절반가량을 생산 중인데 생산능력이 제한되면 원가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초과이익 공유, 군사용 반도체 우선 공급, 생산시설 공개 같은 까다로운 보조금 지급 조건이 여전하다. 기술 노출이나 경영 개입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들이다. 여기에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1년 유예를 받았었는데 향후 조치에 따라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들이 이미 중국 공장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했고, 반도체의 대중 수출이 40%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가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최대한 실익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민관 외교 채널을 총동원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의 재유예를 받아내야 한다. 격화되는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을 최선의 방안은 우리만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에 조성하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반도체 패권을 차지할 발판이 되도록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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