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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마크롱 “佛 1700만 은퇴자 대국, 연금개혁 안하면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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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담화 열고 직접 설득... “인기 잃어도 감수”

“프랑스는 빠르게 늙어가는 ‘은퇴자 대국’이다. 개혁 없이 연금 제도의 지속은 불가능하며,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감수하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2일 오후 1시(현지 시각) 프랑스 전역에 생중계된 언론 인터뷰 형식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이 밀어붙여온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마크롱 정부는 현재 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법정 은퇴 연령(정년)을 64세로 2년 늦추는 연금 개혁 법안을 추진하며 국민 반발에 부딪혔으나 헌법의 특별 조항을 발동하는 초강수를 둔 끝에 법 공포를 앞두고 있다.

마크롱은 “1000만명이던 (연금 수령) 은퇴자가 현재 1700만명이고, 2030년에는 2000만명이 된다”며 “현행 연금 제도를 그냥 놔두면 붕괴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정된 정부 재정을) 공공 서비스와 학교, 의료 시스템에도 투자해야지 모조리 연금에 쏟아부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나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택하겠다”고 했다. 연금을 받기 위해 더 오래 일하도록 한 연금 개혁 법안을 놓고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마크롱이 방송을 통해 직접 국민 설득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은 재정 적자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이는 우리 아이들이 지불해야 하는 돈”이라고 했다. 이어 “프랑스 경제는 (산업 공동화로) 수십 년간 약해지고, 사회 민주적 복지 정책을 강화하면서 (복지에 대한) 권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는) 연금·노동 개혁을 통해 프랑스의 경제·산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이 추진하는 연금 개혁 법안은 당초 상·하원 표결을 거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원에서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헌법 49조 3항의 특별 조항을 발동, 표결 없이 통과시키는 강수를 뒀다. 좌파 신민중생태사회연합(NUPES·뉘프)과 극우 국민연합(RN) 등 야당은 이를 “의회 패싱” “민주주의 파괴”라며 정부 단독 입법을 중단시킬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으나 지난 20일 하원 표결에서 9표 차이로 부결됐다. 연금 개혁법은 프랑스 헌법위원회 승인만 받으면 공포 가능한 상황이다. 마크롱은 “연말까지는 법이 발효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의 대국민 담화 이후 프랑스 곳곳에서는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일부 시위대는 헌법 49조 3항을 의미하는 숫자 49와 3을 만들어 불을 붙이며 “마크롱 하야”를 외쳤다. 야당 뉘프와 노동 단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70%의 국민을 조롱했다”며 “강력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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