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만화 야구’ 해피엔드…일본의 빅볼은 강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4년 만에 WBC 3번째 제패

경향신문

주인공의 포효 일본 야구대표팀 오타니 쇼헤이(가운데)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3 WBC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마이크 트라우트를 삼진 처리하며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마이애미 |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투수는 ‘강속구’·타자는 ‘장타력’
현대 야구 철칙에 충실했던 일본
과학적 훈련법·인재풀 ‘시너지’
압도적 전력으로 7전 전승 우승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7전 전승. 일본 야구는 강했다.

압도적인 기량 차이를 과시하며 조별 라운드를 통과했다. 4강 멕시코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는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로 가득 찬 미국까지 3-2로 꺾었다. 2009년 이후 14년 만에 대회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일본의 경기력은 ‘일본 야구 2.0’이라 할 만했다. 작은 스윙과 세밀한 작전, 빈틈없는 수비 등으로 대변되는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다른 야구를 했다. ‘투수는 최대한 빠른 공으로 삼진을 잡고, 타자는 최대한 강한 타격으로 장타를 노린다’는 현대 야구의 철칙에 누구보다 충실했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일본은 선발 이마나가 쇼타부터 마무리 오타니 쇼헤이까지 투수 7명을 마운드에 올렸다. 메이저리거인 오타니와 다르빗슈 유는 물론이고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약 중인 투수들까지 모두가 최고구속 150㎞ 이상을 기록했다. 구속에서 미국을 압도했다.

경향신문

오타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NPB 투수들의 지난 시즌 빠른 볼 평균구속은 146.1㎞에 달한다. 2014년 141.7㎞에 비해 9년 동안 4.4㎞가 올랐다. 과학적인 훈련법이 차고 넘치는 인재풀과 결합되면서 폭발적인 기량 향상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는 149.3㎞에서 151.1㎞로 1.8㎞ 올랐다. 격차는 여전하지만, 상승폭은 일본이 더 컸다. 투수들이 손쉽게 150㎞ 빠른 볼을 뿌려대니, 매일같이 이들을 상대하는 타자들도 강속구에 주눅들지 않는다.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린다. 일본의 결승전 승리도 무라카미 무네타카와 오카모토 가즈마의 홈런에서 나왔다.

최강의 전력을 꾸릴 수 있었다는 점도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스즈키 세이야,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맞는 센가 고다이 정도를 제외하고 내세울 수 있는 모든 선수를 모았다. 대회 우승을 위해 미국 국적의 라스 눗바까지 끌어들였다.

결승 상대였던 미국은 그러지 못했다. 야수들은 슈퍼스타들로 채웠지만, 투수진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리그 최고의 투수들이 시즌에 집중하겠다며 대표팀 참가를 거부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자기 커리어를 우선시하는 게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이 메이저리거들에 비해 훨씬 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짚었다.

최고의 선수들이 누구보다 진심으로 대회에 임했다. 최고참 다르빗슈는 각국 메이저리거들 중 유일하게 대표팀 캠프에 조기 합류해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의 대회 성적은 아쉬웠지만, 그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투타 맹활약 펼친 ‘이도류’ 오타니
미국과의 결승전 9회 마무리 등판
ML 동료 트라우트와 세기의 대결
삼진 잡고 세이브 ‘대회 MVP’에

대회 MVP를 차지한 오타니는 경기장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팀의 확고한 중심이 됐다. 전날 4강 멕시코전에서 오타니는 뒤지고 있던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헬멧까지 집어던지며 2루까지 달렸다. 눗바는 “오타니처럼 침착한 선수가 그렇게 열정적이라면, 모두가 불타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도 팀 동료들을 향해 “오늘 하루만은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을) 동경하지 말자. 동경하면 넘어설 수 없다”며 투지를 일깨웠다. 경기 중반부터 그는 마무리 등판을 위해 불펜과 더그아웃을 바쁘게 오갔다. 팀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그리고 9회초 미국의 마지막 타자로 나온 팀 동료 마이크 트라우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누가 이 대회의 주인공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타자로 7경기 타율 0.435(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 10볼넷, 투수로 3경기 2승1세이브 평균자책 1.86의 만화같은 성적을 올렸다.

일본은 최강 전력에 팀 케미스트리까지 완벽했다. 2013년 도미니카공화국에 이어 대회 2번째 전승 우승을 차지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 [여성의 날] 당신의 차별점수는 몇 점일까요?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