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중재 나선 중, 러 편들기만…‘신냉전’으로 한발 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크라 해법 안 내고 북 옹호까지

“전방위 협력” 서방과 대척 노골화

경향신문

시진핑·푸틴, 눈 맞추고 건배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21일(현지시간) 크렘린에서 열린 환영 만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다. 시 주석은 22일 2박3일간의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중재자’를 자임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새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러시아와의 전방위적인 협력 강화를 약속하고, 한반도 문제에서도 북한을 옹호함으로써 중·러 대 서방,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만 짙어지는 모습이다.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 주석은 21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중·러 신시대 포괄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과 ‘2030년 중·러 경제 협력 중점 방향 발전 계획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우선 “중·러 신시대 포괄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고 심화시키는 것은 각자의 국정에 기초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양국은 주권과 영토 완전성, 안보, 발전 문제 등 각자의 핵심 이익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나라는 스스로 발전 경로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남보다 우월한 ‘민주주의’는 없다”며 “자국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이데올로기로 선을 긋는 것에 반대하며 이른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항’이라는 거짓 서사와 민주·자유를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구실과 정치적 도구로 삼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내세워 양국을 압박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정면 겨냥해 두 나라의 전면적 협력을 통해 핵심 이익을 지키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선언을 분명히 한 셈이다.

양국은 또 외부세력의 내정간섭에 반대한다면서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이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며 어떤 형식의 대만 독립에도 반대하고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기 위한 중국의 조치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무기 지원’만 빼고…중·러 ‘반미 공동 전선’

러, 대만 문제 등 중국의 ‘글로벌 전략’ 지지·동참 의사
한반도 문제 ‘미국 책임론’도…중, 중재자 역할엔 한계

러시아는 중국의 중국식 현대화와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글로벌발전이니셔티브,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 등에 지지를 표함으로써 미·중 간 핵심 갈등 현안의 하나인 대만 문제에 있어 확고히 중국 편에 서고, 미국에 대항해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구상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양측은 그러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보다 분명히 겨냥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미국은 일방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지역 안보와 전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훼손하는 것을 중단하길 촉구한다”며 “나토에는 지역적이고 방위적인 조직으로서의 약속을 지키고 다른 국가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군사·안보 관계를 강화하는 것에 반대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깨뜨리는 것에 엄중한 관심을 표명한다”며 “미국이 냉전적 사고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펴는 것은 역내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지적한다”고 부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공동성명에서 드러나듯 ‘반미·반서방’을 고리로 의기투합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려는 양국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 계기로 평가된다. 반면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한 논의는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양국은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중국 측은 러시아의 조속한 평화회담 재개 노력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평화회담 재개 방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대신 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어떠한 일방적 제재에도 반대한다”며 러시아의 우려를 성명에 반영했다.

중국은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대러 무기 지원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에서 보여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한계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도발과 위협을 강화하는 북한을 감싸며 신냉전 구도를 보다 선명히 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미국은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양측은 (북한에 대해) 제재와 압력을 취해서는 안 되고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으며,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의 연내 방중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국은 또 군사·안보·무역·에너지·우주·식량·보건의료·인문·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전방위적 협력을 약속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 [여성의 날] 당신의 차별점수는 몇 점일까요?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