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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뉴스AS] 예금보호 한도 5천만원, 뱅크런 막으려면 올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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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보호 한도 상향 바라보는 두 시선

한겨레

13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웰즐리의 실리콘밸리은행 지점에서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웰즐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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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자 국내 예금 보호 한도도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내고 있는 금융회사 예금 고객의 98%는 5천만원 이하의 돈을 넣고 있으므로 2% 거액 예금자를 위한 상향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반면 2% 고객들이 가진 보호 받지 못하는 예금이 전체의 48%를 차지하는 만큼 ‘뱅크런’을 대비하는 금융 안정 측면에선 상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여야가 두 가지 측면을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5천만원 이하 예금자수 비율 98.1%

22일 금융위원회가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예금보험 핵심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에 부보예금(예금보험공사 보험을 적용을 받는 예금)이 있는 고객 가운데 5천만원 이하를 넣은 예금자 수 비율은 98.1%다. 업권별로는 은행(97.8%), 금융투자업(99.7%), 생명보험(94.7%), 손해보험(99.5%), 종합금융사(94.6%), 저축은행(96.7%) 등에서 모두 90%가 훌쩍 넘어갔다.

우리나라는 금융기관 파산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고객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인당 최대 5천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부보예금을 갖고 있는 고객의 98.1%가 5천만원 이하 예금을 갖고 있다면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대다수는 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예금 보호 한도 상향이 고액의 돈을 넣어둔 자산가들에게만 유리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또 예금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금융회사가 예금보험공사에 줘야 할 보험료도 올라가는데, 그 비용은 결국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예금 보호 한도가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 곳에 5천만원 이상 예금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1억원으로 올리면 서민들에게 어떤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금융회사들이 늘어난 보험료를 대출금리 인상 등의 형태로 고객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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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크런 막고 금융 안정성 높여야

반면 금융 안정 측면을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예금보험제도는 금융회사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막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5천만원 이하 예금을 넣어놓은 고객들은 해당 금융회사가 흔들려도 전액이 보호되므로 돈을 급하게 빼려는 마음이 덜하다. 예금 보호 한도를 높이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보듯이 금융회사가 부실화됐을 때 예금 보호 한도에 들지 못하는 예금의 규모가 클수록 뱅크런 속도는 빨라지며, 그만큼 파산에 이르는 시간도 앞당겨진다. 실리콘밸리은행 예금액의 약 86%는 예금 보호 한도를 초과한 상태였다.

금융위 자료를 고객 수가 아닌 예금 규모로 쪼개 보면, 국내 금융회사 부보예금 중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 받는 돈의 비중은 51.9%로 절반을 겨우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수로 보면 2%에 불과하나 이들이 맡긴 예금이 워낙 거액이라 전체의 48.1% 예금이 보호되지 않는 것이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은 보호되는 예금 규모 비중이 36.2%에 불과했다. 소수 고객이라도 거액의 뱅크런이 일어나면 국내 금융회사도 휘청일 수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금보험제도의 취지에 따라 뱅크런을 막기 위해서는 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며 “금융소비자 빈부 문제보다는 금융시스템 안정성 차원에서 살펴봐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는 뱅크런을 예방하기 위해 예금보험제도의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며 “디지털화로 뱅크런 리스크에 갈수록 쉽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보호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예금 보호 한도는 2001년 국내총생산(GDP) 등을 근거로 책정된 뒤 23년째 그대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지디피 대비 예금 보호 한도 비율은 1.2배로, 일본(2.3배), 영국(2.3배), 미국(3.3배)에 비해서는 낮았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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