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제조강국, G5 도약의 길] AI팩토리 5년내 4천곳으로 … 첨단제조 생태계 완성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제조강국, G5 도약의 길'을 주제로 열린 제33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제조업의 디지털화 속도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15년 이후 중소 제조기업 공장을 디지털화하는 스마트공장 사업을 진행해 왔으나 수기로 작성하던 공정 정보를 전산화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여타 제조 강국들은 스마트공장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빅데이터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있어 한국 제조공장도 단순 데이터를 집계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접목하는 초고도화 단계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산업데이터 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 제조 시장 규모는 2024년 166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413억달러, 중국 469억7000만달러, 일본 263억4000만달러에 비해 뒤처지는 숫자다.

이는 한국 제조공장의 디지털화 수준이 공정 데이터를 단순 집계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정부가 중소기업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3만1000여 개 중소기업 공장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중 80%는 공정 데이터를 집계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설치한 기초 단계에 불과하다. 스마트공장은 3단계로 나뉜다. 자동화 기기를 도입하는 기초 단계, 데이터에 기반해 공정을 개선하는 중간 단계, 빅데이터를 진단해 운영을 효율화하는 고도 단계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집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정을 효율화하는 게 스마트공장 목적인데 아직 이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독일, 일본 등 경쟁국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측 정비, 자동 발주, 상품 기획 등을 할 수 있는 초고도화 스마트공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례로 독일 지멘스 스마트공장은 AI 솔루션 도입으로 종전보다 생산량이 9배 늘었으며 불량률은 0.0009%로 낮췄다. 에너지 소비량과 제품 출하 소요시간도 각각 30%, 50% 줄었다.

매일경제·BCG(보스턴컨설팅그룹)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은 22일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제33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종업원 100명 이상이 되는 제조업체 4000개가 가진 공장을 AI 팩토리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AI 팩토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측 정비, 자동 발주, 상품 기획, 물류 최적화, 가상 검사, 자동 생산 등을 할 수 있는 초고도화 스마트공장이다.

매일경제

이를 위해선 공장의 두뇌 격인 AI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AI 산업이 양자컴퓨터와 챗GPT 등으로 격변의 시기를 맞는 상황에서 AI 솔루션 개발을 통해 경쟁국과의 격차를 단숨에 극복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빠른 연산속도를 지닌 만큼 향후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AI 솔루션 시장을 개척할 경우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대폭 강화될 수 있다.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일본 도쿄에서 매일경제 취재팀을 만나 "향후 양자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제조업에서의) 데이터 양이 매우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2040년에는 2020년 대비 데이터 양이 100배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은 AI 솔루션을 장착한 AI 팩토리 간 데이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조기업들의 당면 과제인 탈탄소·친환경 전환 방안도 제시했다. 제조 밸류체인 내에서 탄소배출량 관리가 가능하게 돼 각종 탄소규제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에서는 2026년부터 모든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집계하는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시행할 예정이다. 디지털 제품 여권을 바탕으로 탄소배출량 규제가 도입되면 협력업체와 데이터가 제대로 연계되지 못해 탄소배출량을 집계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독일에서는 세계적인 완성차·납품·소프트웨어 업체가 모두 참여한 산업계 데이터 동맹인 '카테나-X(Catena-X)'가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된다. 카테나-X는 데이터 공유를 통해 10개 분야에서 생산성 혁신, 친환경 제조 역량 강화를 추진해 왔다.

이처럼 밸류체인 전반의 데이터가 연계되는 첨단 제조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한국 제조업에 AI 기술을 접목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대기업의 공장만 첨단화돼서는 협력업체로부터 각종 데이터를 제공받기 어렵고, 반대로 대기업의 데이터를 활용해 협력업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강대국들도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AI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조업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팩토리:첨단컴퓨팅 기술을 통해 공장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실시간 데이터 연결로 즉각적인 분석과 운영이 가능한 공장을 말한다.

스마트팩토리:기존에 사람이 관리하던 영역에 자동화 기기를 설치하거나 데이터 수집을 전산화해 생산성을 개선한 공장을 말한다.

[용어] 마더팩토리:핵심 인력이 집중돼 신제품 설계, R&D를 담당하며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한 테스트베드로도 활용된다. 국내외 생산기지 두뇌 역할을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