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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닻오른 HMM '새 주인 찾기'···몸값·업황 악화까지 암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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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산은·해양진흥공사 보유 CB·BW···전량 주식 전환땐 매각가 높일 복병

HMM 작년 실적 개선 상황서 올해 해운업계 운임 하락세···고점 매수 피할 가능성

외국계 기업·사모펀드 인수전 참여 어려워···국내 대기업으로 원매자 한정적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HMM 최대주주가 매각 속도를 높이며 HMM 민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내 해운업계 1위인 HMM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 시너지를 낼 경우 산업권 전체 지형이 바뀔 수 있다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만 최근 해운업 침체기에 진입한 상태라 생각만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매각의 복병으로 꼽힌다. 이들이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새로운 대주주가 부담해야 할 매각가가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 자문사가 선정되면서 향후 본격적인 매각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20.69%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 19.96%로 합계 40.65%에 달한다. 해양진흥공사의 지분을 일부 남기고 매각하는 방식은 새로운 대주주가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통매각'이 유력하다.

◆최소 5조원 수준 몸값 부담···CB·BW 전환시 7.5조까지 매각가 급등

몸값만 보면 매각을 진행하기에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HMM의 시가총액은 9조952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5월 시가총액이 15조원이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몸값이 줄면서 매각 난이도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직도 원매자가 여럿 나서기에는 몸값이 만만치 않다. 시가총액 기준 두 국책 금융기관의 지분 가치는 4조455억원 수준이다. 만약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한 지분 5.02%를 모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몸값은 4조5451억원으로 5000억원 가까이 오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하면 최소 5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몸값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이 발행한 CB와 BW 2조68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사채는 모두 HMM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주식 전환권이 행사된다면 계산상 5억3600만주(발행 시점에서 세부 변동 가능)로 바뀐다. 이는 현재 HMM 주식 전체인 4억8903만9496주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이 경우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HMM 주식 물량은 현재 1억9879만156주(40.65%)에서 산술적으로 7억3479만156주(71.68%)로 급격히 늘어난다. 이에 따라 HMM 새 주인이 지불해야 할 매각가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주식 가치만 7조1336억원으로 뛰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7조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매각대금이 2조원 이상 뒤바뀔 수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영구전환 사채 문제가 매각 절차 초기에 명확히 정리되지 않을 경우 향후 HMM 민영화 문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기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CB와 BW 주식 전환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미 몸값이 높아 원매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매각가를 더 높이는 주식 전환이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HMM 민영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책 금융기관이 브레이크를 거는 형국이 될 수 있다.

다만 국책 금융기관이 HMM에 제공한 CB와 BW는 모두 혈세를 기반으로 한 공적자금인 것이 문제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최대한 회수되지 않는다면 졸속 매각이나 원매자에 대한 우회 지원 논란으로 책임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해운업황 악화 본격화로 흥행 부진 우려도

매각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최근 해운업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표적 해상운임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7일 기준 909.7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사상 최고치인 5190.60 대비 82.47% 급락한 수준이다.

SCFI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만 정체 현상에 따른 선복 부족 등으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2020년 6월 1000선을 돌파한 뒤 같은 해 11월 2000선, 2021년 4월 3000선, 7월 4000선, 12월 5000선을 각각 넘어섰다.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4000선을 유지해 왔으나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 등이 겹쳐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에 HMM의 실적도 지난해에 고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MM은 지난해 연간 매출 18조5868억원과 영업이익 9조9455억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매출 13조7941억원과 영업이익 7조3775억원에서 30% 이상 개선된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는 연초부터 운임이 하락해 도저히 지난해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매자들도 이 같은 해운업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어 고점 매수를 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원매자 후보가 많지 않다는 것도 매각 흥행에서 걸림돌이다. HMM이 국내 최대 국적선사로 국내 상당수 기업의 수출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계 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이 인수 주체가 되기는 어렵다.

실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HMM을 인수할 적격 기업의 조건은 '해운업을 키울 의지와 역량이 있는 기업'이며 역량의 영역에선 적어도 '국내 물류 네트워크와 접점'이 있어야 한다"며 "금융자본보다는 해운뿐 아니라 물류까지 큰 틀에서 국내 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기업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몇 안 되는 국내 대기업 그룹의 입맛에 맞춰야만 매각에 성공할 수 있는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방식이나 시점을 놓고 논란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매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높은 몸값이나 악화되는 해운업황 등 고려할 요소가 많아 매각이 순탄하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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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윤동 기자 dong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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