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포스코 폐쇄, 국민 뜻 아니다” 탄소중립 공청회, 찬반 속 기습시위(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상협 위원장 "부모세대 일자리 현실 고려해야"

청년ㆍ시민단체들 "기후위기 대응 포기안"

전문가들, 이행과정이 중요…정부 과감한 투자·지원해야

이데일리

기후위기비상행동을 비롯한 환경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의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공청회에 참석해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의 발언 때 기습 손팻말·펼침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포스코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12%를 배출한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회사들을 문 닫게 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일 수 있으나 그게 정말 국민의 뜻이겠냐.”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산업계 부담을 줄여준데 대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 후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같이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시작됐다. 약1300여명의 시민들의 시선이 쏠린 이날 공청회는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청사진 제시에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전날 공개된 기본계획 정부안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방안과 관련, 산업계 부담을 810만t 줄이고 이를 전환부문(400만t)과 국제감축(400만t)이 떠안기로 했다. 아울러 처음으로 제시된 연도별 감축 로드맵에서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2023~2027년)에는 4890만t을 줄이고, 이후 3년간(2028~2030년) 1억4840만t을 줄이는 ‘볼록한’ 감축 경로를 내놨다.

이행과정이 중요…정부 과감한 투자·지원해야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2050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이후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정점 이후로 크게 개선되지 않았으며, 그 주요 원인을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꼽았다. 현실적으로 산업계가 망하면 온실가스는 줄일 수 있겠지만, 미래세대를 부양하는 부모세대의 일자리 문제가 걸린 현실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현 정부안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정부안이) 현실적인 안”이라면서 “에너지(전환) 부문 감축량이 400만t 정도 늘어나고 산업 부문이 줄었는데 당연한 귀결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나온 토론자들은 정부안도 도전적 과제이지만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나아가 이를 위해 기본계획 이행 과정에서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실장은 “산업계도 탄소감축 노력에 있어서 시민사회와 동일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으며, 기업들도 2063년엔 기후위기 회피에서 누리는 편익이 비용을 앞서게 될 것”이라며 “일본과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정책을 통해 이를 2050년 이내로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부분에 대한 지정 토론자로 참석한 정규창 한화큐셀 파트장은 “전환부분에서 태양광·수소를 확대해 400만t을 추가로 감축하겠다는 부분은 (재생에너지 관련) 업계에선 고무적”이라며 “RE100 전력 공급단지를 조성하고, 태양광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이 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물부문에서도 정부의 과감한 정책이 강조됐다. 송두삼 성균관대 교수는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는 매년 2%씩 기존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을 해야지만, 우리는 0.08%에 불과해 반드시 확대해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탄소중립 기술 상용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쉽게 넘어서지 못했다. 최진화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은 유일한 이산화탄소 사후처리 기술이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감축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기본계획은 기술개발을 하겠다에만 치중되어 있어 민간이 CCUS 사업에 뛰어들 적극적 시그널을 보여주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기후위기 적응 정책은 기존에 나온 대책의 요약에 불과하며, 지방자체단체 탄소중립 이행수단이 제시되지 않은 점 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탄녹위는 이후 청년(24일), 시민단체(27일) 등을 대상으로 현장토론회를 진행해 내달 중 최종안을 발표한단 계획이다.

공청회 도중에도 기습 피켓시위…기후위기 대응 포기

그러나 기본계획 수립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날도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배제된 청년·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공청회 전후로 시위가 벌어지면서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이행 과정에서 국민의 충분한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이행을 철저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오르자 환경단체들은 기습적으로 단상 앞으로 나와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단체들은 “비민주적, 친기업, 친핵, 친화석연료를 표방하는 것이며, 기후위기 대응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최소한의 내용도 제때 알리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청년, 시민단체, 노동계 등 중요한 기후변화 이해당사자와 대화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밀실에서 졸속으로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려는 것은 양심을 걸고 절대 아니다. 이행 과정에 국민 여러분이 참여할 길을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탄녹위는 이번 기본계획 초안 수립과정에서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20차례에 걸쳐 의견수렴을 거쳤으나 청년·시민사회와는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다. 탄녹위 위원에 이들의 대표성이 배제돼 절차상 하자 논란도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빅웨이브, GEYK, 턴테이블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의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첫 공청회에 앞서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