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대표팀이 22일(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4년 만에 우승을 거두자 일본 열도는 환희에 휩싸였다. 경기를 중계한 TV아사히 캐스터는 일본이 미국을 3-2로 이기고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일본이 미국을 깼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무라이 재팬" 등을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의 WBC 우승은 2006년, 2009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다. NHK, 교도통신 등 일본 주요 매체는 일본의 우승 소식을 긴급 속보로 전했다. 스포츠 신문들은 호외를 발행해 도쿄 시내에서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22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시민들이 일본 대표팀의 WBC 우승을 알리는 스포츠신문 호외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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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도쿄 미나토구에선 야구팬들이 모여 결승전을 함께 보는 '퍼블릭 뷰잉(PV)' 행사가 열렸다. 평일 아침이었지만 약 400명의 팬이 집결해 응원을 하며 경기를 관람했다. 휴가를 내고 왔다는 20대 직장인 남성은 요미우리신문에 "만화 같은 경기였다. 믿어지지 않는다. 이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평생 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여성도 "미국이나 멕시코 등 훌륭한 팀이 많은데 무패로 우승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 선수들은 일본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부 회사는 이날 오전을 'WBC 휴가'로 정하기도 했다. 도쿄의 웹 마케팅 회사 '디지마케'의 니시하타 다이키(西畑大樹·30) 대표는 요미우리신문에 "사무라이 재팬의 진격에 감동 받았다. 사원들이 이날 오전 일을 쉬고 함께 응원함으로써 연대감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오사카의 컨설팅 회사 '투모로게이트'에서도 전 직원에게 특별 휴가를 줬고 희망자만 회사에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22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WBC 결승전 퍼블릭 뷰잉 행사에서 관객들이 일본 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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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9회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 선수가 미국 대표팀 강타자 마이크 트라우트를 삼진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계속 올라오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네티즌들은 "1점 차 9회 투아웃 상황에서 오타니와 트라우트의 대결은 마치 드라마 같았다" "30년 야구팬이지만 여태까지 본 모든 경기 중 최고였다" 등의 소감을 남겼다.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은 오타니의 인터뷰 내용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오타니 선수는 이날 우승 후 미국 폭스(FOX)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강타자 출신인 데이비스 오르티스로부터 "당신은 어느 별에서 왔나"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일본의 시골이라고 할까, 팀도 거의 없는 곳에서 야구를 했다. 일본인들로서는 노력하면 이곳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나를 통해)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던 게 아닐까."
오타니는 이어 "내가 어렸을 때부터 동경했던 (오르티스) 선수와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을 솔직히 믿을 수 없다"며 "이번엔 내가 그런 입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일본 야구팬들은 "초우등생의 답변" "역시 겸손한 오타니"라며 찬사를 보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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