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우크라 ‘열화우라늄탄’ 지원 두고 영-러 공방···러 “상응 조치” 경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영국 남서부 보빙턴 훈련 캠프에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주력전차 챌린저2 훈련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포병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 주력전차와 함께 인체·환경 유해성 논란이 있는 열화우라늄탄을 보내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는 영국이 핵을 포함한 무기를 지원한다며 “핵 충돌”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맹비난했고, 영국은 이 무기가 핵과는 무관하다며 반박에 나섰다.

양측의 공방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영국 국방부가 의회에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자국산 챌린저2 전차 14대의 포탄에 열화우라늄탄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애나벨 골디 국방부 차관은 서면 답변에서 “(열화우라늄탄은) 현대식 전차와 장갑차를 격퇴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러 “핵 충돌 가까워졌다”, 영 “핵무기와 무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는 ‘핵 충돌’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방이 최후의 우크라이나인이 남을 때까지 러시아와 싸우려는 것 같다”며 “서방 집단이 핵을 포함한 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그에 상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도 “핵 충돌과 또 한 걸음 가까워졌으며, 그 거리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면서 “물론 러시아도 이에 응답할 것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서방이 러시아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밝혀 왔다.

경향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은 열화우라늄탄이 핵무기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열화우라늄탄은) 러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의 군에서 사용하는 전차의 표준 구성 요소”라며 “핵무기 및 핵 능력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영국군은 지난 수십년간 전차용 포탄으로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으며, 러시아 역시 이것이 표준 부품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열화우라늄탄이 암 발병과 환경오염을 초래할 것이라는 러시아 측 주장에 대해선 “영국왕립학회 등 과학자 그룹은 열화우라늄탄 사용이 병사들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1991년 걸프전서 첫 사용···인체·환경 유해성 논란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나 원자로 연료 등을 제조하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남은 우라늄 폐기물(열화우라늄)을 탄두로 해 만든 포탄이다. 철갑탄에 비해 관통력이 2배 이상 강해 대전차용 포탄으로 많이 사용된다. 영국 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과 미국,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열화우라늄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이 1991년 걸프전과 1998년 코소보 전쟁, 1999년 유고슬라비아 전쟁 등에서 사용해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열화우라늄탄은 핵무기는 아니지만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5를 소량 포함하고 있어 방사성 피폭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걸프전에 참전한 미군 사이에서 나타나 이른바 ‘걸프전증후군’라고 불린 각종 건강 이상 증세의 원인이 열화우라늄탄이라는 주장도 환경단체 등에서 제기돼 왔다.

열화우라늄탄의 유해성을 두고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수십년에 걸친 연구에서 열화우라늄탄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반면 유엔 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폭발물의 열화우라늄과 독성 물질은 피부 발진과 신부전, 발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방사능보다 화학적 독성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열화우라늄탄이 선천적 기형 등을 초래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영국의 반핵 단체인 핵군축캠페인(CND)은 이번 영국 정부의 결정이 “분쟁을 겪으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 추가적인 환경·보건 재앙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 단체의 케이트 허드슨 사무총장은 “우리는 영국 정부에 열화우라늄탄의 즉각적인 사용 중지와 이 포탄이 보건과 환경에 끼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원할 것을 촉구해왔다”고 밝혔다.

소이탄·집속탄 등 ‘무차별 살상 무기’ 등장한 우크라이나 전쟁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해성 논란이 큰 살상 무기들이 민간인 지역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영국의 열화우라늄탄 지원을 맹비난한 러시아 역시 우크라아나 침공 이후 민간인 지역에 소이탄, 집속탄 등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살상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소이탄 사용은 국제법상 금지돼 있다.

폭탄 하나가 수백개의 ‘새끼 폭탄’을 품고 있는 형태의 살상 무기인 집속탄은 국제적 금지 협약까지 체결된 무기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모두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으로 투하할 수 있는 MK-20 집속탄과 포로 발사하는 155㎜ 집속포탄을 지원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해 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 [여성의 날] 당신의 차별점수는 몇 점일까요?
▶ 나는 뉴스를 얼마나 똑똑하게 볼까? NBTI 테스트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