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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분할, 오너 일가 위한 것" 소액주주 지적에 백우석 OCI 회장 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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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주주총회 개최…인적분할 통과
소액주주,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의도 지적
백우석 OCI 회장 "시각에 따라 달라"


더팩트

백우석 OCI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2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OCI 본사에서 열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에서 첫 번째는 이우현 OCI 부회장. /중구=이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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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중구=이성락 기자] OCI의 지주사 전환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 주주총회(주총)에 앞서 난관으로 여겨진 인적분할 안건이 무난히 통과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우현 OCI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분할 계획이 아니냐는 주주들의 의심이 해소되진 않은 모습이다.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백우석 OCI 회장은 인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뚜렷이 답하지 않았다.

OCI는 22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 OCI 본사에서 제49기 정기 주총을 열고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 안건을 다뤘다. 전자투표에서 이미 이 안건에 대해 가결이 확정됨에 따라 표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제 지분의 45.5%가 전자투표를 통해 찬성표를 던졌으며, 찬성률은 79.8%로 나타났다.

이로써 OCI는 존속법인 지주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 화학회사 OCI로 분리된다. 주주들은 OCI홀딩스와 OCI 지분율에 따라 동일하게 분할 신설법인의 주식을 배분받게 된다. 분할 비율은 OCI홀딩스 69%, OCI 31%다. 분할 기일은 오는 5월 1일로, 신설법인의 경우 5월 29일 상장 예정이다.

존속법인인 OCI홀딩스는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 등으로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한 후 지주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주사 전환 절차가 오는 10월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OCI홀딩스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태양광 발전소 개발 등의 사업을 맡고, 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베이직케미칼, 카본소재 등 화학 사업에 집중한다.

OCI는 "인적분할을 추진한 건 사업 부문별로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주력,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태양광 폴리실리콘에 가려졌던 화학 사업의 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의도라고 덧붙였다. 백우석 회장은 "OCI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폴리실리콘 사업의 상황에 따라서만 주가가 오르내리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화학 사업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각각 따로 나눴을 때 사업별로 시장의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우현 부회장 역시 "폴리실리콘 사업은 OCI 전체 매출의 22%만 차지하고 있지만, OCI의 기업 가치는 폴리실리콘 가격의 시장 변동성에 과도하게 좌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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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이 가결됨에 따라 OCI는 존속법인 OCI홀딩스와 신설법인 OCI로 분리된다. /중구=이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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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날 OCI 경영진은 '인적분할이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주주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당초 업계에서는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지분을 나눠 받게 되는 인적분할 이후 오너 일가의 지주사 지분율이 더 오른다는 점에서 인적분할의 주목적은 '지배력 강화'라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현재 이우현 부회장은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 이복영 SGC그룹 회장(5.40%)에 이은 3대 주주로,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22%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후 자사주가 없던 OCI가 자사주 30만주(1.26%)를 매입하면서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대주주가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사주를 매개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으로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OCI의 인적분할은 지배주주의 지주회사, 그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더 큰 목적으로 보인다. 이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대를 권고했다.

이날 백우석 회장은 주총장을 찾은 소액주주의 자사주 매입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서는 "자사주는 다 소각할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의도에 대해선 "글쎄, 시각에 따라 다를 것 같다"며 부연하지 않았다. 이후 백우석 회장은 오너 일가의 지배력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고 "전문화된 경영진이 각 사업을 전문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인적분할의 이유"라고 재차 설명했다.

한 주주는 "분할한다고 꼭 전문성이 강화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 대해 경영진이 좀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대 의견을 가진 주주들이 많을 것"이라며 인적분할 안건을 표결에 부쳐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백우석 회장은 이미 전자투표에서 결과가 정해졌다는 이유로 이 주주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인적분할 외 연결재무제표 승인, 경영위원회 폐지 등을 포함한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 한도 변경 등 다른 안건 모두 통과됐다. 또한, OCI는 2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중간 배당 실시 여부에 관한 주주의 질문에 백우석 회장은 "경영진 차원에서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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